대한간호협회가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간호계는 의료법과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간호사는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과 함께 의료인으로 분류돼 의료법 적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간호계는 의료법과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간호사는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과 함께 의료인으로 분류돼 의료법 적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대선이 두달도 채 안 남은 상태에서 간호법 제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대학생 등 간호사 단체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간호법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간호사 단체들이 요구하는 간호법안의 주요 내용은 ▲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 ▲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 처우 개선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방안 마련 ▲ 간호사 인권 침해 방지 조사 및 교육 의무 부과 등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자신을 ‘국민 옆에 남고 싶은 간호사’라고 소개하며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간호법이 없는 나라’라며 “간호사 업무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인도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평균 근속 연수는 5.9년에 불과하며 평균 퇴직 연령 34세로 특히, 1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이직 비율은 30.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3.8명으로 OECD 평균 8.9명의 절반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청원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간호사 역할의 기준이 될 간호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환경과 다양화되는 간호사의 역할과 달리, 간호사 관련 모법은 60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 법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간호사와 모든 돌봄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하여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간호사를 적게 뽑고, 이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며, 이는 높은 이직률의 원인이 된다”며 “간호사 업무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 환경 개선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 영향은 결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해당 청원은 18일 오전 10시 45분 현재 23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주장에 여야 대선 후보들은 모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더 적극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보편적 건강 보장을 위한 간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청원게시판 청원글을 소개하며 “제대로 된 간호법이 없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건강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며 “(본인의 공약과 관련한) 간호간병서비스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도 이대서울병원에서 진행된 청년 간호사와의 간담회에서 "간호사들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항상 소외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24시간 교대 근무로 생활 리듬이 깨지고, 보수 수준과 안정성도 문제다. 간호사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다르지 않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간호사들과 간담회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터널에서 간호사들의 사명감만 요구할 순 없다"며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게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특히 "간호법은 3당에서 법안 발의를 해서, 또 정부가 여러 가지 조정을 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이 국회로 오게 되면 제가 우리 당 의원께,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잘 부탁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 반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간호사협회를 제외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한국요양보하사중앙회 등 10개 의료단체가 참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 반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간호사협회를 제외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한국요양보하사중앙회 등 10개 의료단체가 참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간호법 제정을 높고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의협 등 보건의료 10개 단체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이 철회될 때까지 해당 법안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궐기대회를 비롯한 연대투쟁에 공동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 면허제 근간 현행 보건의료체계 붕괴 초래 ▲ 보건의료직역 간 갈등 심화 ▲다른 보건의료직역 필연적 위상 약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차질 ▲ OECD 국가중 우리나라만 간호법이 없다는 것 명백한 과장 등 5가지 이유다.

이들은 특히 이재명, 윤석열 등 유력 대선후보가 간호법 제정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이들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간호법 제정 추진을 쉽사리 언급한 것이 우려스럽다"며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계 당사자들 간 깊이 있는 논의 없이 간호법의 국회 통과를 시도한다면 10개 보건의료인 단체는 법안 폐기를 위한 강력한 연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들의 동료이자 파트너인 간호사들의 노고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우리도 간호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마땅히 필요하다는 점 또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국민 건강에 있어 필수적인 간호 영역의 중요성과 간호사의 역할은 물론,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권리를 지키겠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간호법 제정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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