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의 안전과 어족보호, 편의시설 확충 등 슬기로운 낚시 정책 필요

윤석열 후보의 낚시 공약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낚시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29번째 ‘석열씨의 심쿵약속’ 생활밀착형 미시 공약으로 낚시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맞춤형 공약이다.

윤 후보는 “천만 낚시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며 "낚시·여가 특별구역(가칭)을 추진하고 낚시·여가 편의시설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주민과의 마찰이나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 우려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며 "낚시통제구역의 지정 절차 개선과 대한체육회 생활체육 정식종목으로 낚시를 복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낚시인 수는 2018년 기준 850만명이다. 2024년에는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낚싯대를 잡아본 사람 전부를 포함한 수로 보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낚시업계에서는 연중 낚시를 즐기는 사람 수를 약 400만명으로 파악한다.

현재 많은 낚시인들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낚시금지구역 확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낚시금지구역 지정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여성 낚시인 안지연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낚시 관련 대선공약은 그 의미가 크다"면서 “낚시금지 구역을 확대지정하는 지자체가 함부로 낚시금지 조치를 추진할 수 없게 하는 명분이 생기는 거고, 금지조치도 어렵게 될 것으로 보여 이 자체만으로도 우리 낚시인은 큰 힘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낚시금지구역 확대 철회운동에 앞장서온 안씨는 “2008년 수질오염총량평가제 개정으로 전국의 강과 하천 등 수변가는 물이 보이는 아파트가 가치가 있다는 논리로 물가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수변공원화가 되었고, 특히 4대강 개발사업으로 하천 주변이 넓게 자전거도로가 조성되는 등 공원화로 개발되는 중”이라며, 지자체의 행정을 비판한다.

안씨는 또 "지자체는 환경부의 수질오염총량평가제에 따라 하천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정하면 그 하천 일대는 환경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그러면 그 대가로 수변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낚시도 여가로 인정받아 편하게 낚시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자체들이 낚시금지구역을 확대 지정함에 따라 오히려 낚시는 차별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경기도 평택시가 평택호의 상당 부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데 맞서 안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낚시인이 이에 반발, 평택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낚시인들은 "지자체가 지역주민들의 소수 민원을 핑계로 오히려 국민의 건전한 레저활동을 막고, 수변을 개발하는 데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는 하천이나 호수를 오히려 인공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낚시 관련 공약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안씨의 페북 포스팅에 따르면 "이 후보측은 공약이행율을 중요하게 생각해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제대로 공약을 추진하려면 간담회도 열고 이해관계자도 만나 합의를 통한 공약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데, 윤 후보측에서 먼저 공약이 나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연 배우와 한 장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연 배우와 한 장면.

낚시인들은 크게 4가지 원칙에서 낚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낚시인의 안전, 둘째 환경보호, 셋째 어족자원 보존, 넷째 낚시 종사자들의 이익이다.

이 4가지 원칙은 서로 충돌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서로 상호 보완적이기도 해서 멀리 보고 좋은 정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가능한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 심도있는 논의가 없는 섣부른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있다.

1993년부터 논의만 되다가 낚시인들의 반대로 무산된 낚시면허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낚시면허제는 그 용어부터 낚시인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성모 '낚시춘추' 편집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등산할 때 허가를 받느냐? 국가가 허가를 해야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카나다,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 레저활동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낚시 라이센스 제도를 통해 낚시인의 교육과 환경보호, 어족자원 보존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낚시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낚시협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한국낚시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사진 대부분은 낚시산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업계 사람들이 협회의 의사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협회는 낚시인들에 의한 낚시인들을 위한 협회라기보다는 낚시업계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협회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순수 낚시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장기적인 안목의 낚시 정책이 수립돼야 하며, 그런 정책이 여야 대선 후보의 낚시 공약으로 반영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많은 낚시꾼들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몬타나강에서 플라이낚시를 하는 장면이다.

이 명장면을 기억하면서 많은 낚시꾼은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대대로 이어지는, 근사한 자연 속에서의 지속가능한 낚시를 꿈 꾼다.

환경도 지키고 어족자원을 항구적으로 유지하면서 낚시꾼의 활동도 보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낚시정책과 이를 지킬 수 있는 공약이 여야 정치권에서 제시되기를 많은 낚시인은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