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가사 대행 산업은 흔히 나이 지긋한 여성들과만 관련이 있는 1차원적 업종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이나 사이버 세상과 절묘하게 연결이 될 경우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햇병아리 기업도 유니콘을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도 중국에는 이런 기업들이 적지 않다.

아이(阿姨. 보모)들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 가정 서비스 플랫폼 업체 ‘아이라이러(阿姨來了)’의 최근 활약상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최근에는 홍콩 증시에까지 상장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이징의 한 중심가에 내걸린 톈어다오자의 광고판. 업계에서의 위상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지난해 7월 미국 나스닥 등지에 상장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톈어다오자(天鵝到家) 역시 비슷한 성격의 다크호스가 아닌가 보인다. 다만 사업의 범위가 보모 소개를 위주로 하는 아이라이러보다는 훨씬 크다는 사실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보인다.

가사도우미 소개는 기본에 해당하고 이사를 비롯해 청소, 가구 설치, 산후 및 양로 서비스 등도 제공하면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유니콘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사 서비스를 대행해준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전직 직원인 베이징의 하오진쥔(郝金俊) 씨가 “솔직히 고객이 원하기만 하면 남녀 간에 이뤄질 수 있는 부적절한 가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불법이라 절대 안 된다. 개인적으로 일탈을 저지르는 직원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원칙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한때 몸 담았던 회사의 비밀을 슬쩍 흘리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4년에 설립된 톈어다오자는 현재 플랫폼에 180만여 명에 이르는 가사 전문가들을 등록해놓고 있다. 이들 중 약 120만여 명은 톈어다오자에서 쳬계적인 훈련을 받기도 한 나름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소양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체 인력의 20% 정도는 전문대학 내지 대학도 졸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열성 이용 가정의 수도 엄청나다. 2021년 말 기준으로 2000만 세대를 돌파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추세라면 5년 내 5000만 세대를 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6개월 전만 해도 뉴욕 증시에 상장되는 1호 가사 대행 업체가 될 뻔했던 톈어다오자는 이로 인해 시장의 주목을 일찍부터 상당히 많이 받았다.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했다. 당연히 투자도 적지 않게 받아냈다.

우선 지난 2015년에는 모기업에 해당하는 58퉁청(同城)의 투자를 얻는데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산하 기업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텅쉰(騰訊. 텐센트), 알리바바 등의 투자 역시 이끌어냈다. 2020년 9월에는 세콰이어캐피털이 전략적 투자에 나선 바도 있다.

실적 역시 상당히 좋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2020년의 경우 총 거래금액(GTV)이 88억2800만 위안(元. 1조6680억 원)으로 동종업계 2~5위 기업의 합계보다 두 배나 많았다. 2021년에는 100억 위안을 가볍게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매출액은 아쉬운 감이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10억 위안 남짓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경영이 아직 흑자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자 폭이 매년 감소하는 것은 고무적이 아닌가 보인다. 2021년의 경우 순 손실이 연간 매출액의 50%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한때 100%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의 사업 전망도 상당히 밝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기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와 세 자녀 정책 실시는 가사 대행 서비스의 수요를 폭증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양로 서비스 산업 육성이 국가의 기본 정책으로 적극 추진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톈어다오자의 향후 전망은 더욱 좋다고 해야 한다.

톈어다오자의 모델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홍보를 하는 모습. 이를 보면 플랫폼에 등록하는 구직자들의 수준을 알 수 있지 않나 싶다./제공=신징바오

고급 인력들이 좋은 직장으로 톈어다오자를 주목하는 것 역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 교육 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전격 과외 금지 조치를 실시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래 중국의 교육열은 한국 뺨친다고 해도 좋다. 사교육 시장 규모가 웬만한 유럽 강소국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그러나 갑작스런 과외 금지 조치는 전국의 학원가를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인 신둥팡(新東方)의 직원 6만 명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젊은 여성이 상당수인 이 고급 인력들은 당장 갈 곳이 없게 됐다. 그렇다면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편법으로 입주 과외를 하는 가사 도우미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당국에서도 아직 굳이 단속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는 만큼 자리 찾기도 쉽다. 플랫폼에 등록을 하기만 했다 하면 입도선매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上海) 같은 곳에서는 일반 도우미의 3배인 월 3만 위안까지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베이징 모 유명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 30대 초반의 쉬산위(徐珊玉) 씨는 “원래 중관춘 학원가에서 과외 선생을 하고 있었으나 졸지에 직업을 잃어버렸다. 할 수 없이 톈어다오자에 아이의 공부도 가르치는 가사 도우미를 원한다는 등록을 했더니 바로 채용됐다. 수입이 이전보다 적지 않다. 나를 고용한 집안의 허드렛일도 일부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는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톈어다오자 플랫폼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국의 가사 대행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2022년에는 전체 시장이 1조 위안에 육박할 것으로도 추산되고 있다.

톈어다오자의 경쟁력이 더욱 강해질 경우 시장의 압도적인 강자 자리를 완전히 굳히면서 극강의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 경우 톈어다오자는 다시 나스닥 상장에 도전,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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