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연금 적자 전환 눈앞... ‘기금 고갈’ 위기 의식 높아
연금 지급액 규모 갈수록 커져... 2024년 40조원 돌파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연금개혁 관련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일 진행된 대선 후보 1차 TV토론에서 각 당 후보들은 연금개혁을 약속한 데 이어 11일 열린 2차 토론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공약을 내놨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핵심으로 한 방안(심상정 후보)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동일연금제 도입(안철수 후보)이 그것이다. ‘기금 고갈’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공약이라 눈길을 끌었다.

◆급격한 고령화로 공적 연금 적자 전환 눈앞

공적 연금의 적자 전환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비 상승이 원인이다.

정부도 위기 의식을 느끼며 연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다층적인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금 재정 건전성 확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연금 재정은 저절로 두둑해진다. 여기에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구조를 포용적으로 만들어 함께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만지작대는 카드가 ‘연금개혁’이다. 그동안 이 카드는 정치적 부담과 함께 기득권의 엄청난 저항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 선뜻 꺼내들지 못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및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만 32세(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 인구 증가와 연금을 내는 젊은 인구의 감소로 국민연금이 빠르게 고갈돼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때는 기금이 한푼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연금 제도가 유지됐을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지만, 상당히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2026년 예상)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젊은이들의 ‘노인 부양’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 지급액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금 지급액은 28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10월 국민연금 공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 말 지급된 국민연금은 약 24조488억원이다. 노령·장애·유족연금을 모두 합한 액수다.

월 평균 연금 지급액이 2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국민연금 총지급액은 28조8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계산된다.

올해는 지급액 규모가 더 커진다. 4조원 늘어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증가 속도로 계산하면 2년 뒤인 2024년엔 4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연금 재정이 엄청난 부담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7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뒤 90년대생과 연금개혁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7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뒤 90년대생과 연금개혁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연금 지급액 크게 늘어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민연금 지급액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3년 2조3284억원이던 연금 지급액은 2011년 9조8193억원, 2014년 13조7799억원에 이어 7년 만인 지난해 다시 2배로 불어났다. 엄청난 속도의 증가세다.

2010년대 초반까지 연금 지급액은 매년 약 1조원씩 늘어났지만, 2010년대 중반에는 연간 증가폭이 1조5000억~2조원대로 커졌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다달이 부은 돈으로 운용된다. 문제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로 연금 재정을 두둑하게 해줄 젊은 층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 당 부양하게 되는 수급자 수는 19명이지만 2050년에는 93명으로 약 5배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될 전망이다. 1990년생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뜨거운 감자' 연금개혁...누군가는 손 대야

연금 고갈 문제는 세계 공통의 해결 과제다. G5국가도 연금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덜 받고, 더 내고, 늦게 받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독일과 일본은 연금 고갈에 대비해 수급자 대비 가입자 비율 및 인구 조정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절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급여 연동 기준을 변경해 연금 급여액 상승폭을 낮추는 등 지속적인 연금개혁을 통해 노후 소득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8년 12월 네 가지 시나리오(현행제도 유지, 기초연금 인상,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인상)를 국회에 제출하며 연금개혁 첫 발을 뗐지만 임기가 다 된 지금까지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이젠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연금개혁은 어느 정권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고양이 목이 아니라 호랑이 목 일지언정 누군가는 ‘연금개혁’이라는 방울을 달아야 한다.

다음 정부가 ‘연금개혁에 성공한 정부’라는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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