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한민족의 해조류 문화를 집대성한 책

김남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22년 2월 15일
김남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22년 2월 15일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김남일 이사관이 해양과 독도관련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처음으로 미역과 관련된 인문전문서인 한민족의 해조류문화(Korea’s Seaweed History)를 집대성한 『미역인문학』을 발간하여 화제다. 

이 책은 한국 최초로 미역을 중심으로 한 한민족의 해조류 문화를 집대성하였으며, 저자가 2021년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채취어업>을 동해안 최초로 국가어업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경험한 현장지식을 토대로 집필하였다.

인문학을 여러 분야에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이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미역에 관한 총합적인 인문학적 보고서다.

이 책은 미역의 역사부터 추적하여 한민족은 고구려와 신라시대 이전부터 미역을 먹어왔으며, 고구려 시대 이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자, 마을 공통체에서 공동작업을 통해 채취한 주요 수산물임을 밝혀낸다.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 신화 속에 나오는 바위가 미역바위임을 추측해 내는 것처럼, 저자는 여러 문헌과 자료를 통해 미역의 과거와 현재를 인문학적으로 읽어낸다.

그렇게 하여 한민족의 소울 푸드인 미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진단하고, 기획한다.

미역은 한국인의 DNA에 깊이 각인된 해양문화유산

미역은 해조류 음식재료의 하나가 아니라 한국인의 DNA에 깊이 각인된 해양문화유산이다. 생일날 또는 산모가 출산 후에 먹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미역은 그 이상의 문화적 요소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미역 문화의 탄생, 어촌마을 공동체에서 차지하는 미역의 중요성, 미역의 문화사, 문학작품과 민요 속에 나타난 미역, 미역의 생태학적인 위치, 미역의 유통과 관련한 미역길(켈프로드Kelp Road), 미역 음식의 진화와 변신, 미역을 포함한 해조류 전반의 가치, 미역의 세계진출 등 여러 항목을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저자는 미역의 과거, 부분에서 바다의 선물, 미역나물의 섭취 역사와 문화사에 대해 여러 근거를 들어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1. 미역은 동아시아와 태평양지역, 일부 유럽과 중앙아메리카의 연안 지역에서 섭취하는 해조류다.

2. 한국인이 전세계에서 미역을 가장 많이 먹는다.

3. 한국인에게 미역은 단순한 음식 재료가 아니라 음식 문화다.

4. 미역문화의 발상지는 대한민국 동해안이다.

그리고 미역의 현재, 부분에서는 생태지표로서의 미역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바다와 지구지킴이,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서 미역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한다. 블루카본은 갯벌이나 잘피, 염생식물, 해조류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하며, 최근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방법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민족의 식보(食補), 미역국(miyeok soup)에 대해 조사하여 팔도미역국 지도를 만들어, 다양한 지역별로 차별화된 미역국이 탄생된 배경과 푸드테크 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제시한다.

저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서도 다양한 현장조사와 직접 면담을 통해 세계미역문화의 발상지로서의 동해안을 재조명하고, 미역의 재발견을 통해 동해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 책은 내륙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자가 적은 해양민속이나 수산인문 분야에 대대로 바다를 지켜온 민중들의 이야기와 생태적 가치를 담은 아카이브 책으로서 중요한 업적이다. 전문 학자 이상으로 김남일 본부장은 이 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열정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와카메가 아니라 미역이다

김남일 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미역의 원산지이자 세계 미역문화의 발상지로서의 종주국의 지위를 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와카메가 아닌 미역(miyeok)으로 표기하는 노력을 계속하여야 합니다. 미역 종주권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치밀한 과학화와 국제화가 필요합니다. 가칭 <해조류의 보존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전통 해조류 식문화와 어촌공동체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방대한 대작을 저술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그는 “동해는 살아있습니다. 건강한 동해는 지속가능한 미역문화를 지켜나가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 동해가 ‘착취와 소비의 바다’가 아니라 ‘힐링과 창의의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포항 호미곶 대보2리 최익로 어촌계장과 하정옥 해녀와 함께 현장 탐사(가운데가 김남일, 사진 제공 김남일)
포항 호미곶 대보2리 최익로 어촌계장과 하정옥 해녀와 함께 현장 탐사(가운데가 김남일, 사진 제공 김남일)

“우리나라는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 문화의 보전 전승과 아울러 체계적인 청소년 해양교육으로 해동성국(海東盛國), 해양민국(海洋民國)으로 승화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인간을 위해 필요한 식품을 제공하는 객체로만 보아 왔던 바다에 대해 새롭게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미역 속에 우리 어머니의 원형이 있고, 또 동해가 있습니다. 동해는 우리 생명의 원천입니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독자에게 동해를 새롭게 인식하라고 요구한다.

『미역인문학』은 앞으로 해조류의 인문학적 연구와 입법(立法), 유네스코 등재작업 등에 긴요한 참고자료로 사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 김남일은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9년 재학 중 행시에 합격했다. 국정홍보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독도수호대책본부장, 코리아실크로드추진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환동해안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경북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 『독도, 대양을 꿈꾸다』,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독도 7시 26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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