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22)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아마 라돈(radon)만큼 말썽 많은 원소도 없을 것이다. 폐암을 일으키는 무법자인가 하면 여전히 유명온천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유명온천의 상징? 우리 만이 아니다. 건강에 좋다는 유명온천들이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라돈 온천이다.

원자번호 86인 라돈(Rn)은 무거운 방사성 기체이며 반감기는 3.2일로 아주 짧은 편이다. 라돈은 라듐(Ra)의 붕괴로 생성되는 무거운 방사성 비활성기체로 건강에 해롭다. 가장 안정적인 동위원소는 반감기 3.8일의 Rn-222으로 방사선 치료에 사용된다.

라돈 가스는 집 안이나 지하 같은 밀폐된 장소에 축적될 수 있으며 폐암의 원인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여기에 흡연에 의한 니코틴까지 합류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면서 그 영향력은 훨씬 크다.

온천은 우리들에게 아늑한 기분을 제공해 엣날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부분 자연 온천에는 지하 화강암에서 분출된 라돈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다. 사진은 일본의 한 야외 온천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1900년 독일의 화학자인 도른(F. E. Dorn)이 발견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화학자 마리 큐리가 라듐이 붕괴할 때 어떤 가스가 방출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라돈이 폐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은 기체라서 폐 속으로 흡입이 되고, 그 다음 이것이 다른 고체 방사성 동위원소로 바뀌어서 몸 속에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와 다른 특징을 가진다.

화강암에서 분출하는 가장 흔한 자연 방사성동위원소

우리 주위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라돈이 존재한다. 라돈은 화강암 기반에 특별히 많이 존재하는 우라늄(92)과 토륨(90)의 붕괴할 때 나오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화강암 건축물들은 무시 못할 양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역,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Grand Central)’ 영화도 이러한 방사능을 주제로 해 인기를 끌었다. 이 지역은 방사선 배출이 가장 많은 화강암이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건물의 지면에 스며들어 올라오거나 지하에서 응축되는 라돈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라돈을 탐색하고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분야가 따로 존재할 정도이다. 라돈 서비스 회사는 라돈이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팬을 설치해 돈을 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돈을 없애려고 큰 돈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에 좋다는 믿음으로 라돈을 잔뜩 머금은 공기를 맡기 위해 우라늄 광산주위의 동굴 온천으로 모여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러한 믿음은 오늘날보다 백여년 전 더욱 성행했다. 많은 온천들이 상당량의 방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한때 불었던 “방사성 건강 열풍”도 불어

방사능이 처음 연구되었던 100년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그 위험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유명한 온천들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누구도 무엇 때문에 좋은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유명한 온천들이 방사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이유가 확실해 졌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이 훌륭하고 새로운 방사선이라는 녀석 때문에 우리에게 확실한 건강을 선사하는구나”

그 후 수 십 년 동안 방사성이라면 뭐든지 사족을 못 쓰는 건강열풍이 일었다. 하지만 그 열풍은 이를 지지하던 사람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끝났다. 라돈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비참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양의 라듐이 함유돼 있던 라디돌(Radithor)이라는 건강음료는 1932년 한 아마추어 골퍼와 사업가가 엉터리 방사성 건강제품 열풍을 완전히 종식시켰다. 에덴 바이어스(Eben Byers)라는 사업가는 부유한 난봉꾼이었는데 라디돌을 하루에 석 잔씩 마셨다. 

죽음에 관하여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드라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라듐용액은 바이어스 씨의 턱을 썩어 떨어져 나가게 할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미용제와 의료장비에 방사성물질을 사용하는 것을 식품의약국(FDA)이 그 통제를 강화했다.

라듐은 은색의 광택이 있는 부드러운 금속으로, 1898년 퀴리 부부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들은 플로늄과 마찬가지로 10톤 이상의 피치블렌드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 이 원소는 어두운 곳에서 푸른 빛을 발했기 때문에 '빛'을 의미하는 '라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라듐은 새로운 ‘건강원소’로 각광받기도

라듐 발견 4년 후, 남편 피에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마리 부인은 라듐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세월에 걸쳐 방사선을 쬔 탓에 1934년에 재생불량성 빈혈로 세상을 떠났다.

라듐은 발견 당시 "새로운 원소",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성질" 등의 이유로 각광받았다. 그 신비로움 때문인지 엉뚱하게도 그 빛을 쬐면 인체에 이롭고 심지어 젊음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게르마늄 찜질방에 다니거나 은나노 타령을 하는 것처럼 라듐의 빛을 쬐는 유행이 열풍처럼 일어났다. 당시 열풍의 수준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라듐을 오용하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차차 늘어났다. 그들은 퀴리 부부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호소했다.

남편 피에르 퀴리는 마차 사고로 죽었다. 그러나 그 이전 이미 라듐이 해로운지 아닌지를 증명하려고 자신의 팔에 라듐 결정을 끈으로 묶어 고정시켜 피부에 궤양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마리 퀴리 역시 방사선 장애로 인한 병으로 죽었다. 또, 이 두 사람의 스승인 앙리 베크렐은 퀴리 부부로부터 받은 정제된 피치블렌드 광석을 윗 옷 앞 주머니에 기념품처럼 가지고 다니다가 역시 종양으로 죽었다.

피에르가 자신의 몸에 실험한 것도 이 사건 이후의 이야기다. 이러니 소위 라듐 웰빙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경악하고도 남을 일이다. 체코의 요하임스탈에서 산출된 피치블렌드로부터 마리 퀴리가 라듐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라돈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라듐 소녀들' 사건이었다. 라듐을 원료로 한 라듐 시계 공장에서 일하던 소녀들이 각종 종양 등으로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면서다. 오른쪽 모습은 턱에 종양이 나 부풀어오른 한 여자아이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라듐이 해롭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라듐 소녀들’ 사건

라듐이 인체에 피해를 미친다는 것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알려진 것은 시계 공장에서 일어난 ‘라듐 소녀들’ 사건에서 시작됐다.

라듐은 예전에 시계의 야광도료용으로 쓰인 적이 있다. 도장공들은 문자 판의 작은 점이나 선을 그리기 위해 붓을 이용해 가늘게 해서, 수작업으로 도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도장공들이 차례차례 암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라듐 걸즈'라 불리던 그녀들은 기업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서 라듐의 위험성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재판 결과, 1명에 1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가 되었고 그녀들은 승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고는 소송한 보람도 없이 차례차례 방사능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물론 이 사건 이후 작업환경은 대폭 개선되었다. 현재 이 분야의 야광도료는 삼중수소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이후 라듐 야광도료는 사실상 사장되었다.

라돈이 우리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이유가 있다.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는 우리가 주의하면 우리 몸에 들어올 기회가 적다. 그러나 라돈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다. 그리고 라돈 가스가 지하실, 밀폐된 공간, 지하수에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라돈 가스가 지하에서 우라늄(U)의 붕괴의 최종 단계인 납 원자로 변환되는 중간 과정에 생기는 라듐 (Ra)이 붕괴해서 라돈 가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돈은 다시 붕괴해서 납이 된다. 다음 붕괴 사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라늄-238 -> 토륨-234 -> 프로탁티늄-234 ->우라늄-234 -> 토륨-230 ->

라듐-226 -> 라돈-222

라돈-222 ->폴로늄-218 -> 납-214 -> 비스머스-214 -> 폴로늄-214 ->

납-210 -> 비스머스-210 -> 폴로늄-210 ->납-206 (최종 안정 동위원소)

수년 전 암 집단 발병으로 우려를 낳은 전북 남원시 이백면 내기마을 음용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내기마을 음용수에서 미국 환경청 권고 기준의 최고 26배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당시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조사결과 음용수에서 라돈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며 "라돈은 폐암의 원인 중 흡연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내기마을 주민들은 천층지하수(비교적 지하 얕은 곳에 위치하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다"며 "이 천층지하수에서 라돈이 검출됐다. 물 뿐만 아니라 토양으로부터 라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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