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 데이먼 주연의 '인포먼트' 1990년대 실제 사건인 라이신 가격 담합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사진=영화포스터]

【뉴스퀘스트=신동권 KDI연구위원 】 카르텔에 있어서 자진신고라는 제도와 국제카르텔을 다룬 영화로 2009년 개봉된 미국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인포먼트'(The Informant)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는 1990년대 실제 사건인 라이신 가격 담합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식료품 회사의 고위직 간부인 마크 휘태커(맷 데이먼)는 FBI가 회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관련된 업계의 담합관련 내용이 문제가 될까 이를 미리 FBI에 자진신고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어쨋던 이 영화로 주인공인 맷 데이먼은 그 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과거와 달리 카르텔은 증거를 남기지 않다보니 그 적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된 제도가 자진신고 감면제도라는 것이다. 즉 자진신고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7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입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공정거래법 개정시 도입이 되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로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에 도입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말 기준으로 카르텔 사건의 약 70%를 자진신고 제도를 통하여 적발할 정도로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고 이는 미국 EU 등 외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50개국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이용한 제도이다. 즉 A, B 둘 다 부인을 하면 무죄나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만 자백하는 경우에 입을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백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자백을 한 사람은 이익을 보게 되는 반면 나머지는 불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카르텔을 쉽게 적발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실제 카르텔 사건에서는 법률적 대응능력이 빠른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받다보니 대기업을 봐주기 위한 제도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는데 필자가 카르텔 조사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회와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비판 세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어쨋던 이 제도를 통해 제1순위로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에 과징금을 100% 면제받을 수 있고, 2순위의 경우에도 50%까지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검찰 고발까지 면제될 수 있으므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화 '인포먼트'의 실제 사례가 된 라이신 담합은 1996년 8월 우리나라 기업인 제일제당과 세원 아메리카가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처벌되었던 국제카르텔 사건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도 외국 경쟁당국의 조사와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외국기업도 우리나라 경쟁당국의 조사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최대의 국제카르텔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2010년의 '26개 화물운송사업자 공동행위 건'에서는 16개국 21개 업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다.

국제카르텔에 연루되게 되면,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민사소송까지 당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주의를 요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필자가 카르텔 조사국장 시절 미국, EU 등지에서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에 나서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경각심이 높아져서인지 우리나라가 외국 당국으로부터 처벌받은 사례가 뜸한 편이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가격담합으로 외국 경쟁당국에 의해 부과 받은 과징금 및 벌금은 대략 3조 7천억 원 정도로 집계되며, 일부 기업체 임직원들은 미국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3개국 사업자를 대상으로 과징금 약 8,905억 원을 부과하였다.

「경쟁법의 국제적 준수를 위한 행동준칙」 에서는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1. 경쟁회사의 임직원과 만나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한 만남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경쟁회사는 문자 그대로 경쟁자일 뿐, 협조자가 아니다. 2. 경쟁회사들과 가격 및 거래조건, 물량, 설비증설, 거래상대방 등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거나 합의해서는 안 된다. 3. 사업자단체 회의 시

신동권 KDI연구위원

에는 가격동향이나 신제품 출시, 시장상황 등에 관한 대화를 절대 피하고, 불가피하게 경쟁회사의 임직원과 접촉한 뒤에는 모임의 성격과 대화 내용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 4. 기업내부문서의 작성 및 보존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5. 국가마다 경쟁법의 규제 내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어떤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경쟁법 위반이 의심될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6. 경쟁법 준수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솔선수범하고, 임직원의 준법의식 고취에 힘써야 한다. 7.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과 국제카르텔 예방을 위한 행동준칙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한다.”(2021 공정거래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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