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 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13)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남자가 그리는 동화 속의 여자를 꼽으라면 백설 공주를 들 수 있다. 그야말로 순백색의 미인이다. 좀 뻥을 치자면 알몸으로 눈 속에 나타난다면 눈인지 사람인지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 하얀 미인이다.

하긴 머리는 갈색이기 때문에 구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왜 하얀 피부의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원래 백인이니까 그 역시 백색의 미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황인종도, 흑인도 모두 공통적으로 백색의 미인을 좋아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순백색이 주는 청결하고 순수함 때문일까?

남자는 하얀 여자, 여자는 유색 남자 좋아해

그러면 반대로 여자가 그리는 남자의 색깔은 무엇일까? 서양사람들이 농담 삼아 즐겨 쓰는 이야기가 있다," 자네, 아내하고 이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탈리아로 혼자 여행을 보내게. 그러면 오히려 아내가 나서서 먼저 이혼하자고 할 거야. 그러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상당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 않겠나?"

하얀 백색의 여성은 늘 남성이 좋아하는 신화 속 미인의 표상이다. 순수함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 Wikipedia] 

남자가 하얀 여자한테 매력을 느끼듯이 여자들은 흰 남자보다 피부색이 짙고 눈은 파란 라틴계의 이탈리아 남자에게 매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어 이야기를 조금 해 보자. 물론 아름다운 여자를 지칭할 때 뷰티플 우먼(beautiful woman, 또는 lady)이라고 부르는 상식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그야말로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름답고 귀여운 처녀에게는 페어 메이든(fair maiden)이 등장한다. 또는 페어 레이디(fair lady)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페어(fair)는 페이 플레이(fair play)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당한, 법에 맞는, 정의로운, 규칙을 잘 지키는 등의 뜻이다.

그러면 페어 메이든 하면 정의롭고 법을 잘 지키는 처녀라는 뜻인가? 약간의 상상을 더해서 절개를 지키는 여자인가? 페어는 `하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당하고 타당하다`는 말과 `하얗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점을 끄집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순수하다는 흰색이 상징하는 것과 정당하다는 것과는 연관이 된다.

흰색은 투명하고 솔직하다는 이야기이며 잡티가 없고 깨끗하다는 의미다. 정당하고 공평하다는 것 역시 거짓이 없고 투명하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종을 막론하고 남자는 기본적으로 피부가 하얗고 다소 연약하게 보이는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여자는 피부가 하얀 남자보다 짙은 색의 피부를 가진 남자를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화 속에 나오는 미인(fair maiden)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다시 말해서 왜 남자들이 이러한 미인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과학적 분석에 의해 해결됐다는 이야기다.

남성과 여성의 매력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종을 막론하고 잠재 의식적으로 남성은 피부가 하얀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성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연성은 동서양과 인종을 떠나 옅은 색, 즉 하얀 피부의 여성이라는 결과다. 그리고 여성은 짙은 색의 피부를 가진 남성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남자의 잠재의식 속에서 하얀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이러한 여성이 주는 순진, 청순, 수줍음, 순결, 연약함, 그리고 착한 성질의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자의 유색은 섹스, 공격성에 장점 있어

또한 여성이 짙은 피부의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섹스, 남성스러운 활기, 신비감, 공격성 그리고 모험서의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과 문화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오셀로>에 등장하는 미인 데스데모나에서부터 미국의 유명 배우 니콜키드먼에 이르기까지 하얀 미인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예술가와 시인들의 찬미의 대상이 돼 왔다.

반면 수백만의 여성들은 짙은 색의 피부에, 말이 없고 시무룩한 남성들을 좋아했다.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드클리프가 그렇고 스페인 출신의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그 경우다.

‘오셀로’의 데스데모나는 중년의 흑인 장군 오셀로의 스릴이 넘친 모험담을 듣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비밀리에 그와 결혼하지만, 결국 남편에게 침실에서 교살당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그녀 역시 짙은 색의 모험심이 강하고 공격적이며 섹시하고 도발적으로 생긴 오셀로의 매력에 빠졌다. 오셀로는 완전한 흑인이 아니라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광고에 등장하는 남녀 2000명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백인 여성은 색의 농도에 있어서 백인 남성보다 15.2% 정도 더 흰 피부를 가졌으며,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보다 11.1% 정도 덜 검은 것으로 나타났다.

섹스피어의 '오델로'에 등장하는 오델로는 피부색이 짙은 흑인에 가까운 남성이었다. [사진= Wikipedia] 

연구팀을 이끈 토론토 대학의 사이온 바우만(Shyon Baumann) 사회학 교수는 연구 결과가 보여 주는 것은 미에 대한 선호도는 문화적 선호도를 반영한다는 것"이라며 "우리 문화 속에는 여성이 어떤 모습을 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화배우인 백색의 다니엘 트레이그보다 아이랜드 출신인 갈색의 콜린 파렐을 더 좋아한다. 남자의 경우 `이탈리아의 여신` 모니카 벨루치보다 백색의 미셸 파이퍼를 더 선호한다.

물론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의식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키, 몸무게, 긴 다리, 코나 입술의 형태 등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육체적 매력은 무의식 속에서 나온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색이 다른 미인들은 그 역할도 다르다. 광고에 등장하는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의 경우 제품에 따라 모델의 역할도 각기 다르다. 백인 여성의 경우, 과감하게 나체 상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광고에 주로 등장한다. 섹시한 광고는 백색 미인들의 차지다.

물론 흑인 여성들도 상당히 노골적인 광고에 등장한다. 언더웨어와 같은 여자 속옷 광고에 등장한다.

그러나 옷차림에서는 백인 여성보다 보수적이다. 알몸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친밀감과 즐거움, 그리고 순수함을 전달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매력을 느끼게 하는 피부색의 농도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여자의 경우 어느 정도 흰 피부가 좋은지, 남자는 어느 정도 짙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바우만 교수는 "주장하고 싶은 바는, 여러 가지를 종합한 결과 이성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매력의 기준이 오랫동안 내려온 문화적 가치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의 주장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매력을 둘러싼 흰 색과 짙은 색에 대한 개념은 문화 속에 여전히 깊이 뿌리 박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도덕적인 판단 기준과 미에 대한 가치의 기준 또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우만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요즘 세계 미인 대회에서 입상하는 여성의 피부색깔을 보면 하얀 색보다 점차 짙은 색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통적인 백인 국가를 대표하는 미인들도 하얀 색보다 다소 짙은 색이 많다. 미인의 기준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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