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구인난·물류난 심화...비용 부담 커지고 공장 가동 차질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라인 일부 구미 이전...리쇼어링·니어쇼어링 본격화
지난해 국내 복귀 기업 26개사...경제 블록화 우려 속 일자리 창출 효과도

캐나다 앨버타주 쿠츠에서 트럭이 고속도로를 막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물류에 큰 차질을 빚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앨버타주 쿠츠에서 트럭이 고속도로를 막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물류에 큰 차질을 빚었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각국 기업의 생산 전략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폭 수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동안 값싼 인건비와 운용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 둘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이에 따른 구인난·물류난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백신 반대 시위 등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각국에서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옮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다시 이전)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자국 생산시설을 가까운 나라로 이전)이 본격화하는 데에서 엿볼 수 있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사례는 지난 한해 26개사로 전년보다 2개사 늘었다. 관련 통계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단일 연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복귀 이유로 인건비 등 해외 생산원가 상승과 현지 매출 감소를 주로 들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8~9월 휴대폰 최대 생산 거점인 베트남 협력사의 스마트폰 생산라인 일부를 경북 구미로 옮겼다.

구미공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생산라인이 노후돼 보강 차원에서 이전한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산업계 일부에서는 베트남 현지의 코로나19 확산세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라인 일부를 경북 구미로 옮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한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서 물감을 생산해 전량 국내로 들여와 납품하는 H기업은 지난해 11월, 12년 동안 운영하던 하노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국내로 시설 일부를 옮겼다.

H기업 김영모(68) 대표는 “베트남 현지의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가까이 공장 가동을 못해 제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시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 이후 물류비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직원들이 모여 일하는 것을 꺼려하고 출근도 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공장을 국내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영국 가구 소매업체 ScS는 지난해 국내 생산 비중을 50%에서 60% 이상으로 늘렸다.

스티브 카슨 ScS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급망 문제와 비용, (해외공장의) 늘어난 제품 생산 시간 때문에 영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영국과 미국 가구업체들은 저렴한 소파와 테이블 생산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컨테이너 운송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200% 폭등하는 등 엄청난 물류비용 부담이 중국 생산시설 일부를 자국이나 인접국으로 옮기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폴란드 공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생산시설 이전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폴란드 공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해 생산시설 이전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스웨덴 이케아도 폴란드와 그 인접 국가에서 자사 제품의 20%를 생산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생산 차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생산지 이전 등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리쇼어링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국제 공급망 와해로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주요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자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미 반도체 회사 인텔은 지난달 미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3조9000억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생산·개발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다른 미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지난해 10월 향후 10년간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반도체 연구·생산시설 건설에 1500억달러(약 17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전략은 노동 비용 증가와 교역의 지역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 시각도 있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계기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외 진출 국내 제조기업 중 철수를 계획하는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면 국내총생산(GDP)이 11조4000억원 증가하고 일자리 8만6000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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