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정리를 해야 할 것이 있다. 헷갈리는 용어들이다.

모든 전염병을 뜻하는 용어들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종종 실수로 서로 바꿔서 사용된다.

심지어 의학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팬데믹(pandemic)", "에피데믹(epidemic)", 그리고 "엔데믹(endemic)” 등의 용어들을 혼동해 쓰는 경우가 많다.

사실 단어들의 구별은 모호한 경우가 없지 않다. 각 용어의 정의가 유동적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병의 유행도 다르게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적인 정의를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대표적인 팬데믹이다. 유럽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진= Wikipedia]

이러한 용어들은 대화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중 보건 뉴스와 적절한 공중 보건 대책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차이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팬데믹은 국제적인 전염병

간단히 정의하자면 ▲ 팬데믹은 여러 나라나 대륙에 걸쳐 퍼진 전염병으로, 쉽게 말해서 규모가 큰 에피데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 에피데믹은 한 공동체의 특정 인구, 그리고 한 지역 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다.

▲ 풍토병, 또는 지역병 등으로 해석되고 있는 엔데믹은 특정한 공동체의 사람들, 또는 국가에 속하는 전염병이다. 흔히 감기나 독감과 같은 사례다.

팬데믹= 이 용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다. 2020년 대유행이 시작된 1월 31일 메리엄 웹스터 사전 ‘이주의 단어(The Word of the Week)’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단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팬데믹은 신종 전염병이 전 세계에 번져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대표적인 팬데믹으로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을 꼽는다.

1300년대 발생한 흑사병은 3개 대륙에서 7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약 50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1억명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경고 단계(1~6단계) 중 최고 등급(6단계)에 해당하는 상태이다. 감염병이 2개 이상 국가에서 발생하는 5단계를 넘어, 다른 대륙의 국가에서도 추가 감염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WHO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는 1968년과 2009년, 홍콩독감과 신종플루에 이어서 세 번째 공식 선언이다.

에피데믹과 엔데믹은 한 국가, 또는 한 지역에 국한

이에 반해 에피데믹은 전염병 피해가 특정 지역으로 한정되는 경우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4년 아프리카 서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에볼라(Ebola)가 이에 해당한다.

넓은 지역에 걸쳐 사람들을 전염시켜 강력한 피해를 일으키는 팬데믹이나 에피데믹과 달리 엔데믹(endemic)은 특정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을 가리킨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이 이 엔데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단어의 구조를 면밀히 뜯어보면 그 의미를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우선 모두 마지막 부분이 -demic으로 끝난다. 

‘데믹’은 고대 그리스어 demos에서 유래했다. 민주정치를 뜻하는 democracy의 어원기도 하다. 대중을 뜻하는 population을 의미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많이 감염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다.

팬데믹의 pan은 전미주의(Pan-Americanism)에서 볼 수 있듯이 all을 뜻한다. epi는 on, at를 의미하고 엔데믹의 en은 in을 뜻한다.

누군가 농담처럼 이야기했듯이 팬데믹은 “해외를 여행할 수 있는 여권을 소지한 유행병”이라는 것이다.

Flucamp
감기는 대표적인 엔데믹으로 꼽힌다. 그러나 홍콩 독감이나 비슷한 전염병인 사스는 팬데믹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사진= Flucamp]

최근에는 ‘인포데믹’ 신조어도 등장

최근에는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demic의 합성어다.

정보전염병이라고도 부르며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악성 루머 등이 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전염병처럼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양상을 일컫는다.

WHO는 인포데믹을 ‘과도한 정보가 쏟아지는데 틀린 정보와 맞는 정보가 마구 섞여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대형 재난이나 경제 위기, 감염병 대유행 등의 위기 상황에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나 미디어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질수록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가 포함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불안과 갈등이 증폭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공공안전을 위협하거나 경제 위기, 금융 혼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건강과 관련한 인포데믹은 사안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0년 4월 WHO는 코로나19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면서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인포데믹에도 대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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