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식' 보복, SWIFT 배제 등에 대한 불만 고조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서로 만나기로 합의
EU, 러시아 항공기 영공 운항 폐쇄키로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동원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핵무기 카드는 러시아의 공격 목표인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과 EU를 비롯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그동안 서방이 취해온 ‘화웨이식’ 제재를 비롯해 최근에 발표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것에 반발해 일종의 위협으로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핵 병력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며 동서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군대와 탱크가 러시아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푸틴은 이날 TV연설에서 NATO의 "공격적인 성명"을 인용하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준비태세를 높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 조치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미국과 EU 등 서방이 취한 경제제재에 반발한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동원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빼들었다. 핵전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그는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할 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러시아 지도자는 오산이 있을 경우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작전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핵 전담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핵 전담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용을 포함해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푸틴 대통령은 핵 경보를 지시하면서 NATO 회원국들은 비단 성명만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 본인을 포함한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가한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거론했다.

그는 TV로 중계된 논평에서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NATO 회원국들의 고위 관리들도 우리나라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우리의 군은 조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해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현재 핵 경보 수준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침공 전 몇 주 동안 사용했던 패턴에 의지하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의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제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핵 경보 지시가 갖는 실질적 의미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핵무기와 관련해 러시아와 미국은 통상 경계태세를 갖추고 상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지상 및 잠수함 핵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핵폭격기와 다른 항공기의 경우는 예외다. .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국을 비롯해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잇따르자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등 대러 압박에 나선 데 대한 보복 차원임을 의미한 것이다.

이 통신은 핵무기의 발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이 같은 지시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위기가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무실은 양측이 러시아 대표단이 기다리고 있는 벨라루스 국경의 불특정 장소에서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푸틴이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오리무중

그러나 크렘린이 우크라이나에서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키예프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보고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Kharkiv)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항구들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약 300만 명이 거주하는 키예프 주변으로 진입하자 수도 시장은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수비군이 강력한 저항을 가해 러시아의 진격을 늦추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고위 관리는 27개 회원국이 러시아 항공에 대한 영공 폐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구입 계획을 설명했다.

우르술라 폰 데 레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는 처음으로 공격받고 있는 국가에 무기 및 기타 장비의 구매와 운송에 자금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또한 일부 크렘린 지지 언론 보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백악관이 승인한 일괄타결 조치의 일환으로 헬기 등의 격추용 스팅어(Stinger)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또한 500대의 스팅어와 다른 군수품들을 보낼 계획이다. 또한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총회는 월요일 러시아의 침공에 관한 긴급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편 한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 미 과학자연맹(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핵분석가는 "푸틴 대통령이 폭격기의 핵 전투 태세를 강화하거나 탄도미사일 핵 잠수함에 명령을 내린다면 미국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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