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올라오는 열기. [사진=일흥스타호 제공]
줄줄이 올라오는 열기. [사진=일흥스타호 제공]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2022년 1월 1일 완도까지 버스 타고 가서 여서도, 사수도 앞까지 갔지만, 열기 달랑 6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새해맞이 낚시가 그랬다.

1월 22일은 흑산도, 홍도, 가거도로 출조하며, 우럭과 열기를 잡는다는 광고에 현혹되어 진도항에서 출조하는 버스를 탔다.

결과는 허무했다.

바람이 부는 탓도 있었지만, 우럭 위주의 낚시인데 선장의 배 대는 솜씨가 너무 형편없어 모든 인원이 낱마리에 그쳤다. 홍도와 흑산도 해상 풍광 구경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진도의 한 식당(상호는 ’청사초롱‘, 이 집은 원래 한방오리백숙 등을 파는 집인데 단체 낚시꾼들에게 자율 배식 백반도 제공한다. 밑반찬 솜씨를 보면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집임을 알 수 있다)에서 먹은 백반은 매우 훌륭했다.

버스 출조 낚시를 다니면 가끔 아주 훌륭한 백반 식당을 만난다. 해남의 남창식당도 그중의 하나다. 남창식당은 워낙 손님이 붐비다 보니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1월 30일은 아예 제주로 날아가서 제주 배를 타고 추자도 해상에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바람이 좀 심했고, 선장이 배 대는 솜씨도 아쉬웠다.

열기 낚시는 수심이 깊은 쪽에서 시작해서 얕은 쪽으로 배를 움직여야 한다. 수심이 완만히 얕야지는 곳에 어군이 있으면 최고다.

자연초나 어초에 어군이 있어도 좋다. 그래야 낚시가 원활하다.

반대로 최초 봉돌을 내리고 난 뒤 배가 진행하면서 점점 수심이 깊어지면, 낚시꾼의 입장에서는 줄을 풀어 계속 봉돌을 더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십중팔구는 옆 사람 줄과 엉키거나 밑걸림이 생긴다. 그건 열기 배 선장의 기본인데, 제주 배 선장은 그 기본을 몰랐다. 그러니 조황이 좋을 수가 없다. 이렇게 1월 열기 낚시는 거의 몰황이었다.

2월 12일 다시 완도항으로 출조하여 여서도와 사수도 중간쯤 해역에서 낚시를 했다. 우측 뒤는 대박 조황이었다. 하지만 선수 쪽은 거의 꽝 조황이었다.

바람이 좀 많이 불기는 하였지만 선장 배질이 미숙하여 종일 우측 뒤로만 포인트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니 뒤쪽만 대박이 나고 앞쪽은 쪽박이 났다.

씨알은 좋았다.

다행히 배 뒤쪽 좌측 선미 쪽 두 번째에 자리 잡아 40여 마리의 조과를 올렸다. 우측 선미 두 자리는 100마리 이상의 조과를 올렸다. 한배에 타서 어떤 꾼은 서너 마리, 어떤 꾼은 100마리 이상을 잡았으니, 많이 아쉬운 낚시였다.

씨알 좋은 열기. [사진=일흥스타호 제공]
씨알 좋은 열기. [사진=일흥스타호 제공]

2월 26일 이제 올해 열기 낚시는 잡든 못 잡든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나피싱의 김총무가 가이드하는 버스를 탔다.

여수항에서 출항하여 거문도 해역에서 낚시한다고 해서 하나피싱을 선택했다.

통영, 여수, 완도, 진도, 삼척항에서 출항하는 갈치, 열기, 우럭, 한치 등의 낚시는 상업적으로 호객을 하여 회원을 모집하는 낚시회 버스를 이용하는 꾼들이 많아졌다. 자가 운전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낚시회가 수도권에만 수십 곳이 넘는다. 

이제 낚시도 패키지 관광상품이다. 경비는 버스비와 선비, 식사비 포함해서 18만원에서 25만원 선이다. 어종과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어부지리바다낚시‘, ’인낚‘, ’디낚‘ 같은 낚시포털사이트에 이들의 호객 사항이 늘 올라온다. 

금요일 밤 9시 상동호수공원 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새벽 2시 30분쯤에 여수에 도착했다. 돌산대교를 지나 우두1길 해안도로 막다른 항에 도착, 3시 30분경 일흥스타호를 탄다.

대삼부도 해상에서 보는 일출
대삼부도 해상에서 보는 일출
대삼부도
대삼부도

배는 3시간을 항해했다. 6시 30분경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낚시가 시작된다.

어렴풋이 섬이 보인다.

기암절벽이 멋있다.

나 외에는 그 기암절벽에 아무 관심이 없다.

누구도 그 섬이 어디인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선상낚시를 많이 다녔지만, 풍경을 감상하거나 섬 이름을 묻는 꾼은 거의 없었다. 오로지 고기 잡을 생각만 한다.

그것참.

스마트폰 지도 앱을 작동시키니 여기가 대삼부도임을 알려준다.

그럼 거문도 해역이다. 직벽 부근에서 한두 마리 열기가 입질을 한다.

해가 뜬다. 선상에서 보는 일출이다. 아무도 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실 해는 늘 뜨는 거니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낚시하는 게 급선무다.

열기는 학명은 불볼락. 볼락과다. 우럭도 학명은 조피볼락이다. 민물고기 중에는 꺽지가 볼락과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황해볼락이라는 물고기도 있다.

볼락과 물고기는 바위에 붙어사는 경우가 많아 락피쉬라 불린다.

회와 탕과 구이 모두 맛있다.

볼락과 생선은 특정 포인트에 서식하기에 낚시 대상어로도 매우 좋다. 열기는 동해 속초 이남, 남해 전역, 서해 충남 이남에서 잡힌다.

제주도 남방과 울릉도에서는 도화볼락이 서식한다.

열기의 남방종이다.

열기와 거의 구별하기 힘들지만 뚫어지게 쳐다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늬의 패턴이 조금 다르다. 맛은 거의 비슷하다.

열기 낚시를 1, 2월이면 해마다 서너 차례 했다. 2월이 지나 산란이 끝나면 열기 맛이 떨어진다.

포항이나 양포 일대에서도 열기 낚시를 많이 하지만 마릿수가 많은 대신 평균 씨알이 작다.

울산, 부산도 마찬가지다. 통영 쪽에서도 열기 낚시를 나가 보았다. 매물도와 거제 해금강 일대, 국도나 안경섬까지 나갈 때도 있다. 역시 씨알이 좀 아쉽다.

지난번 홍도 쪽도 씨알이 아쉬웠다. 추자도, 그리고 여서도와 사수도 중간해역에서 잡히는 열기 씨알이 가장 좋다.

이번에 열기 시즌을 마감하면서 거문도로 출조한 이유는 거문도 해역에서는 한 번도 열기 낚시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문도 지역, 남해 중부지역만 해보면, 동·서·남해 중요 열기 포인트에서 다 낚시를 해보는 기록을 남기는 거다. 각 해역마다 특성을 알게 되는 거다.

거문도 직벽 포인트
거문도 직벽 포인트
거문도에는 여수에서 서너 척의 열기배가 출조한다
거문도에는 여수에서 서너 척의 열기배가 출조한다

대삼부도 포인트에서 낱마리로 잡히더니 물이 가지 않자 입질이 뚝 떨어진다.

일흥스타호는 오전 9시가 지나자 소삼부도를 지나 거문도 본섬 등대 쪽을 지나 직벽 포인트로 들어간다.

여기서도 낱마리가 잡힌다. 딱 한 번 줄을 태운다. 6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온다. 하지만 아기 열기도 포함되어 작은 것은 방생한다.

거문도 해상에서는 처음 낚시를 한다.

바다 경치가 좋다. 물색도 좋다. 바닥이 모래와 암반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3시 30분까지 거문도를 뱅뱅 돌면서 포인트를 찾아 나간다. 어초에 들어가면 대형 붉은 쏨뱅이가 나올 때도 있다.

전반적으로 배에 탄 18명 모두에게 골고루 입질이 온다. 선장이 배를 요령껏 잘 댄다는 의미다.

어초에 진입하면 대부분 한두 낚시꾼에게라도 고기가 입질하는 것을 보면 선장 솜씨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거문도 해역이 씨알이 괜찮긴 하지만 사수도나 추자도보다는 잘다는 것이 좀 아쉽다.

무엇보다도 열기 개체수가 거문도 해역이 홍도나, 가거도. 추자도나 사수도 여서도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선장이 배를 잘 대고 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게 좋았다.

여수만에서 보는 일몰
여수만에서 보는 일몰

3시 30분이 지나 낚시는 마감, 배는 여수로 귀항한다. 오다가 선상에서 일몰을 본다.

배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보는 날이다.

여수에 왔으니 맛있는 저녁을 기대했으나, 선사에서 마련한 평범한 저녁으로 허기만 채운다. 그게 좀 아쉽다.(김총무, 회비를 더 받더라도 밥값 아끼지 마시오. 낚시도 이제 패키지 관광이라오. 그걸 알아야 장사 더 잘 된다오.)

열기와 전갱이회
열기와 전갱이회

7시가 넘어 여수에서 출발해 부천 호수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다. 긴 하루가 지나갔다.

이날 조황은 모두 40여 마리로 역시 좀 아쉽기는 하다.

2022년 열기 낚시는 뭔가 아쉬운 채로 끝을 낸다. 이제 무엇을 잡으러 갈까? 통영 볼락을? 제주 갑오징어를?

낚시는 청춘의 연애처럼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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