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자매지 중앙경제 시절, 군 비판 칼럼 게재했다가 칼부림 공격 받아

현직 언론인 시절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육군 정보사령부(정보사) 요원들에게 테러를 당한 '정보사 테러 사건'의 주인공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이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현직 언론인 시절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육군 정보사령부(정보사) 요원들에게 테러를 당한 '정보사 테러 사건'의 주인공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이 9일 오후 4시께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0세.

전북 김제 출신인 고인은 전주고,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동양방송(TBC) 기자를 거쳐서 중앙일보 기자, 자매지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을 지냈다.

1988년 월간중앙 8월호에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을 실었다가 8월 6일 자택 부근에서 정보사 부대원들에게 칼부림 테러를 당했다.

당시 국방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사 부대장의 지시로 소령이 요원들에게 테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은 중앙경제 사회부장 시절 월간중앙에 '오홍근이 본 세상'을 연재했고, 군사정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칼럼들을 썼다.

노태우 정권인 1988년 월간중앙 8월호에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을 게재한 후 1988년 8월 6일 출근길에 '회칼 테러'를 당해 허벅지가 찢기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수사 기록 등에 따르면 고인의 칼럼에 불만을 품은 정보사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초유의 민간인인자 언론인 테러 사건이었다.

이 테러를 지시한 이규홍 준장과 권기대 참모장은 사건을 은폐했고, 당시 정보사령관이었던 이진백 육군 소장도 사건을 묵인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진백 소장은 이 사건으로 보직 해임 후 예편 조치됐다.

이후 고인은 중앙일보 논설위원, 상무를 지낸 뒤 1999년 초대 국정홍보처장,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76년 '비무장지대 르포'로 방송대상 기자상, 1979년 '농촌 특집'으로 기자협회 한국기자상, 1988년 서울외신기자클럽 언론자유상, 1989년 관훈언론상을 받았다.

'각하 전상서'(1989, 황토), '칼의 힘, 펜의 힘'(2004, 산해), 칼럼집 '그레샴 법칙의 나라'(2012, 이담북스), '민주주의의 배신'(2014, 산해),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2017, 산해), '펜의 자리, 칼의 자리'(2018, 에디치미디어) 등 저서를 남겼다.

부인 송명견(동덕여대 디자인학부 명예교수)씨와 사이에 2남을 뒀다. 빈소는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3일 오전 5시, 장지는 김제 선영. ☎ 02-2030-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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