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핵 실험, 미사일 도발 막을 묘책 서둘러야
깐깐해질 윤석열식 북한 다루기...김정은 고심 깊어질 듯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측 시설인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모습.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한국 대선을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봤을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대남담당 조직인 통일전선부가 시시각각 보고하는 내용을 살피며 TV로 개표방송을 시청했을 게 틀림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실로 부상하는 걸 목도하며 김 위원장은 심란한 아침을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유세와 토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 등에 침묵하거나 제대로 된 입장조차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정부를 계승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북인식이나 접근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집중 제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윤 당선인은 무엇보다 원칙 있고 깐깐한 대북정책과 전략을 짜서 실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챙길 대목은 연초부터 심상찮은 북한 미사일과 영변 핵 시설의 가동 징후다. 올 들어 북한은 무려 9차례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시험발사로 대선국면과 한반도 정세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인수위나 군 당국 차원에서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는 쪽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인 중도‧보수 진영에서 그동안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보완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조율되고 있는 만큼 취임 직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헝클어진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중 관계를 어떤 레벨에서 재정립하게 될지가 관심이다.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선 결과에 반응을 보이며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지도 관심이다. 특히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대북 선제타격’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는 만큼 북한으로선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수준에서 첫 반응을 보인 뒤 상당 기간 관망하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선 직후 새 대통령 당선인과 정부에 대해 강한 비난이나 도발카드로 일종의 ‘길들이기’를 하려는 패턴을 보여왔다.

물론 윤 당선인 측도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만 구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어넣고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무시할 수만 없다는 점에서다. 여건을 보아가며 5월 초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도 대북특사 파견 같은 깜짝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대북 백신 제공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고려될 공산도 있다.

다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은 뒤 꼬여버린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윤석열 당선인과 차기 정부에도 부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망신을 당하고 빈손으로 평양으로 귀환한 걸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조언 탓이란 생각하는 북한은 대남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왔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2년 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나서 남북관계의 상징인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건 북한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관건은 윤석열 당선인과 대북‧안보 참모들이 얼마나 치밀한 대북접근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느냐다.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도발을 억제‧관리할 수 있게 김정은 위원장과 소통하는 채널의 구축도 긴요하다.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겠지만 대북제재와 코로나, 경제난으로 3중고에 시달리는 김정은의 절박한 입장을 면밀히 분석해 수용가능한 제안과 설득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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