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종각역 인근 식당가의 모습. 정부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약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종각역 인근 식당가의 모습. 정부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약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청년독자 고은(자영업자·가명)】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30세 청년 고은입니다.

30세라는 나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아직 어설픈 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10대, 20대에도 어설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희망과 확신으로 가득 찼던 저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던 대통령이 약속과 다르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현실에서 아픔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정부가 말했던 소통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통보로 돌아왔습니다.

현장에서 국민과 충분히 이야기한 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저의 기대로 끝났을 뿐입니다.

같은 요식업에서 일하고 계신 많은 분들로부터 자신이 처한 안타까운 사연을 듣곤 합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생활고에 지쳐 주변 노포들은 문을 닫았고, 오래동안 영업을 했던 식당주인 분이 생활고와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제는 힘들다는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친 상황입니다. 주변이 조급함과 불신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뉴스를 통해, 신문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방역 대책을 보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통제하기를 바라던 자영업자와 당장에라도 영업을 이어가야 하는 자영업자 모두의 의견을 듣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현장으로 나와 자영업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런 사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방역은 실패했고, 직장을 잃은 자영업자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위로한답시고 내세운 재난지원금을 보면, 이게 과연 처음에 이야기했던 소통인가 싶습니다. 

정부가 5일부터 20일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5일부터 20일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소통이 아닌 통보의 문제는 자영업자인 저뿐만 아니라 청년인 저도 느끼는 문제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업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청년들의 부담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정부를 믿고 버티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나도 지쳤습니다.

정부에게 그리고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보다 체념한 채로 있는 것이 마음만이라도 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제게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이어온 이곳을 지키고, 예전처럼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른들을 보고 자란 것처럼 이제는 아이들이 저를 보고 배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어설픈 어른인 채로는 가르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체념하는 것에 익숙해져 상처 입는 청년들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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