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진핑 등장에 별로 곱지 않은 시선
‘一帶一路’의 커다란 걸림돌, ‘전쟁’과 ‘침공’이라는 용어 처음 사용
“푸틴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시진핑,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 받아와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중국 시진핑 주석이 '러-우크라이나 분쟁 조정자'로 언제 어떤 형태로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그동안 중국은 러시아 편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불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푸틴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시진핑 주석'이라는 지적과 함께 러-우크라이나분쟁의 최대 해결사라는 압력을 받아온 시 주석은 최근 유럽의 정상들과 회담에서 조정자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푸틴을 움직일 수 있는 ‘최대 해결사’

사실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하는 유라시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시 주석은 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화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을 3국이 공동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와 독일 정상과 화상 회담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3개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위한 평회회담 제안에 동의했다.  

이날 아랍계 위성 TV 방송에 따르면 시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유럽에서 전쟁의 불길이 다시 점화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의 리더인 프랑스와 독일이 함께 위기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글로벌 금융, 에너지 공급, 운송, 공급망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 독일 정상과 ‘평화협상’ 추진하기로

이날 독일 정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시 주석은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협상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3국 정상은 인도주의적 구호와 분쟁지역 접근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고 설명하면서 "3국의 외무장관들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공식적으로 '침공(invasion)'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해온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20일 전인 지난달 4일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 양국은 '한계 없는(no limits)'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화로 어색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알자지라 방송의 베이징 주재 카트리나 유(Katrina Yu) 기자는 우크라이나 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분명한 견해 표명해야 한다는 압력 받아와

그는 "중국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중국은 친구인 러시아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일종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력도 받아왔다”고 전했다.

"중국은 매우 엄격하면서도 까다로운 외교적 밧줄을 타고 있다. 그것은 전혀 러시아 편을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유 기자는 지적했다.

한편 러-우크라이나 분쟁에 화해자로 나서 유럽과 가까워지는 중국에 대해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별로 곱지가 않다.

사실 미국에게 러시아는 덩치만 큰 병든 사회주의 국가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보았듯이 미국의 주적(主敵)은 분명히 중국이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9일 의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어려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 유럽이 가까워진 것에 대해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번스 국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이에 대한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의 결정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그들은 러시아가 앞으로 직면할 중대한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한때 모스크바 주재 대사였던 번즈 국장은 “중국 지도부는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평판 손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의 추정에 따르면 침공 2주 만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반격의 수렁에 빠져 4000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예상외로 우크라이나 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그들의 행동은 이웃하고 있는 소위 신나치주의(neo-Nazis) 지도자들을 무장 해제하기 위한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은 이를 4400만 인구의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를 정복하기 위한 근거 없는 핑계라고 비난하고 있다.

처음으로 ‘전쟁’과 ‘침공’이라는 용어 사용

한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처음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 부장은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과 가진 이날 영상 회담에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전투와 전쟁이 멈추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어로 '전쟁을 멈추다'라는 뜻인 '즈잔(止戰·지전)'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전쟁'이라는 용어를 거론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침략', '전쟁'과 같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및 책임 문제가 걸리는 표현을 피해왔다. 러시아가 처음 주장해온 '특별군사작전' 또는 '충돌' 등의 표현을 주로 써 왔다.

왕 부장은 같은 날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과도 영상 회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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