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극단적 분노 표출, 일부 정치인과 인풀루언서들의 부추김도 한몫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일 서울 신촌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70대 A씨로부터 망치로 머리를 맞았다.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송 대표는 이날 낮 12시 5분께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달려든 A(70)씨로부터 가격을 당했다. 2022.3.7 [유튜버 동작사람 박찬호 제공. 재판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분노와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신촌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70대 A씨로부터 망치로 머리를 맞는 장면[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20대 대통령선거에서 0.73%P의 표차이로 승패가 갈리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 탓인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아쉬움과 분노가 심상찮다.

13일 선거가 끝난지 나흘이 지났지만 이들은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속에서 천불이 난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박빙의 승패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5년간 특히 심각해진 한국 사회의 극단적 분열 양상이 이번 대선 결과를 계기로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냥 단순한 푸념이나 패배의 아쉬움이라고 하기에는 분노의 표출 정도가 심각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극단으로 갈라진 우리사회의 갈등과 증오를 치유하기 위한 통합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 진보 진영 쪽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가운데는 근거도 없는 섬뜩한 주장들이 담겨 있어 우리사회가 극단적으로 갈라져 으르렁 거리는 모습을 실감케 하고 있다.

"나이 오십 먹어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로 시작한 이 네티즌은 "어떻게든 분노를 표현하지 않고는 못베기겠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이정도 일 것 같지는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앞으로 사드를 어디에 배치하든 찬성이고 의료보험 민영화에도 찬성, 120시간 노동에도 찬성이며 최저임금 폐지에도 찬성이다"고 비아냥댔다.

또 “여성차별에도 찬성, 일본군의 주둔에도 찬성이며 지역차별도 찬성, 무당이 국사가 되어도 신천지가 국교가 되어도 찬성이며, 죄없는 놈을 잡아 가두어도 찬성, 죄있는 놈을 풀어줘도 찬성, 눈앞에서 사람을 죽여도 찬성”이라며 극단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게다가 그는 "참 이제 나보다 나이 먹은 X들은 다 틀딱이며 특히 경상도 것들은 조심하세요, 사투리만 들어도 살해욕구를 느낀다, 이제 다같이 뒈져봅시다"며 폭력적이며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선거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이 아니라 오히려 승자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이들의 반응은 일부 정치인과 인풀루언서들이 마치 부추기는 듯한 언행으로  더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기간 동안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한 류근 시인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이제 검사가 지배하는 나라에 몇 년 살아봅시다. 어떤 나라가 되는지 경험해 봅시다. 어떤 범죄가 살고 어떤 범죄가 죽는지 지켜봅시다.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봅시다. 나라가 어떻게 위태로워지는지 지켜봅시다”라며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어 그는 “청년과 여성과 노인들이 얼마나 괴로워지는지 지켜봅시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더 가난해지는지 지켜봅시다. 검사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나라 재미있게 살아봅시다”라며 비꼬았다.

가수 강산에도 트위터에 “트럼프 석열시대가 오다니. 그래도 뭐 어쩌겠어. 받아들여야지. 그 세대가 거쳐가야 할 시간이니까. X나게 최선을 다했지만 살아보고 경험해 보고 느껴봐라 그래야 배우겠지. 청년시대 80년대를 통과한 세대로서 이건 아닌데 하고 해봤자 어떡하라고. 너희도 조국처럼 당해봐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강씨는 이어 “나라 잘 돌아가겠다” “일본 우익들이 바라는 윤석열이 됐으니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명박 박근혜를 겪었는데도 모르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대변인을 지냈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곽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문으로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짧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명대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문장은 극중 주인공이 속한 스타크 가문의 가훈으로,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에 대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선거 후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극단적 자기표출로 증오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의학전문가들은 “선거 전후로 극단적인 온라인 게시물이나 댓글을 자주 접하면 불안감과 증오감이 커지게 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해 너무 일희일비 할 필요없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마음을 평정심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20대 대선 후유증이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것은 양당 후보 모두 역대 비호감인데다 지역·세대 간 정치적 이견에 더해 성별 표심까지 분열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갈등을 통해 표심을 결집시키려는 이른바 갈라치기를 조장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건너편에 있는 국민들을 포용하는 통합과 화합의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브랜드평판연구소의 노순석 소장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고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이니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승자 즉 새로운 정부가 잘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게 중요하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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