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500대 기업 중 105곳 조사...국내외 경영환경 불안 속 투자 주저
기업들, 투자 활성화 위한 규제 완화·세제 지원 강조..."신정부 정책 과제"

대기업 투자 활동이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 기업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같은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위와 같은 분석이 나왔다고 밝혔다.

105개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0.5%)은 '올해 투자 계획이 없다'(12.4%) 혹은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38.1%)라고 답했다.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 지은 기업의 비중은 49.5%로, 이 중에서 50.0%는 투자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보다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38.5%,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11.5%였다.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 여러 대내외 불안 요소들을 꼽았다.

가장 많은 답변이 몰린 항목(복수 응답)은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 불안'(37.7%)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세계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출금리 인상과 금융권 심사 강화 등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20.5%)가 두번째로 높았다.

이어 '영업실적 부진 등 경영환경 악화'(15.4%)와 '주요 투자 프로젝트 완료'(8.5%), '규제성 제도 확산 우려'(6.0%) 등이 뒤를 따랐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올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지 못한 이유 중 대부분(74.4%)이 기업 내부 사정보다는 대외환경이 취약한 것에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투자활동에 미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원자재 물가상승 압력'(38.9%), '주요국 통화긴축 및 이에 따른 경기 위축'(19.4%), '치명률 높은 변이바이러스 출현'(15.5%), '중국 산업생산 차질 및 경제 둔화'(10.7%), '미중 갈등 격화 및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6.8%) 등을 주요 위험요소로 지목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기업 10곳 중 9곳은 '보통 이하'(86.7%)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3대 정책 과제로 '규제 완화'(30.1%), '세제 지원 확대'(26.8%), 내수 활성화 등 소비 진작(13.6%)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올해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라며 "신정부는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인하고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검토하고 있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들의 국내 유턴 의지는 코로나19 2년 새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현재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 비중은 2020년 5월 3.0%에서 올해 2월 27.8%로 9배 이상 늘어났다.

전경련은 코로나19 기간 중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로 인한 생산 차질, 물류비 증가, 미중 갈등 장기화 등의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해외 사업장 양도 폐쇄 후 3년 안에 국내 사업을 신·증설하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현 시한은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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