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적 고립도 34.1%, 팬데믹 전 대비 6.4%p 상승
연령대 높을수록, 여성에 비해 남성이 고립도 수치 높아
대인 신뢰도 낮아져...1인당 국내여행 일수는 절반 수준

이천 도립리 산수유마을.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 등 야외활동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 도립리 산수유마을.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2년 전 퇴직한 A씨(65)는 자칭 여행 마니아다. 30대부터 직장생활 틈틈이 아내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쓴 비용만 따져봐도 얼추 작은 평형 아파트 한 채 값은 됨직하다. 1년에 최소 5~6차례는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A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넘게 공항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A씨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사람들은 물론 젊은 층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에 막혀 자신의 인생 계획을 수정하거나 대면활동이 제한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적 고립도는 34.1%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27.7%)에 비해 6.4%p 상승한 수치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연령이 많을수록 고립도 수치가 높았다. 60대 이상의 경우 10명 중 4명(41.6%)은 위급할 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36.6%)이 여성(31.6%)보다 더 높았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사회적 고립도는 만19세 이상 성인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트렸다. 첫 해인 2020년 대인 신뢰도(개인이 일반적인 사람들에 느끼는 신뢰도)는 50.3%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발병 전(2015~2019년)까지의 대인 신뢰도는 65% 내외 수준이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사진은 관중석이 텅 빈 사직구장 프로야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사진은 관중석이 텅 빈 사직구장 프로야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여행, 레저 활동, 공연·스포츠 관람 등 여가·문화생활에 제약을 받으면서 삶의 질도 떨어졌다. 2020년 1인당 국내 여행 일수는 5.81일로 1년 전(10.01일)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문화예술·스포츠 관람 횟수는 평균 4.5회(코로나 이전 8.4회)에 그쳤다.

하지만 야외활동 제약으로 자동차 이용이 줄고, 조업 제한으로 공장 가동률이 줄면서 대기질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2020년 전국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값은 19㎍/㎥으로, 2019년(24㎍/㎥)에 비해 공기가 확실히 깨끗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환경 파괴와 그에 따른 기후 위기가 가져다 준 재앙의 일부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면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준 시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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