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국정원 1차장 임명...과연 업무연관성이 있나?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된 윤형중 신임 사장이 취임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공항공사]

【뉴스퀘스트=이민준 전문위원】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분야에 종사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이제까지 과거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며, 아주 그럴듯한 말로 국민들을 속여 왔다.

최근 한국공항공사에 윤형중 국정원 1차장이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일부 언론은 1) “해외정보, 사이버보안, 대테러 등 국익확보 경험이 장비수출 등 해외사업에 기여”, 2) “국가간 경쟁입찰에 역할”, 3) “공항은 국가시설이라 안보, 보안, 사이버 정보 분야와 일치” 등 기대감을 표명했고 공항공사 일부 직원들은 4) “강력한 리더십과 폭넓은 인맥으로 기관에 힘을 부여” 등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한국공항공사는 김포 · 김해 · 제주 · 대구 · 광주 · 청주 · 양양 · 무안 ·울산 · 여수·사천 ·
포항 ·군산 · 원주까지 14개의 지방공항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으로 각 공항을 효율적으로
건설·관리·운영, 항공산업의 육성·지원으로 항공수송을 원활하게 하고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 복지 증진에 기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신임 윤 사장의 공개 프로필을 살펴보면 해외정보 전문가로 정보, 정책 등 분석업무 중심이기에 현장활동형 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공사의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일부 현장활동 경험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국정원은 취합된 정보를 분석하는 공무원 집단이지, 일반 기업처럼 상품 생산/영업/판매/홍보 등 영업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국익확보 경험'에서 풍기는 글로벌 요소를 억지로 해외사업과 연결지은 것이다. 더군다나 사실상 국내기업들 수출입 관여 업무는 산자부, 코트라 등이 담당하고 있기에, 국정원은 더 적합하지 않다.

더욱이 전문성은 한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데 해외정보, 사이버보안, 대테러 등 성질이 전혀 다른 업무들을 나열하여 오히려 어디에 전문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오히려 국정원의 전문성이 공항공사 업무와 매칭이 안됨을 증빙하는 꼴이다.

또한 국가간 경쟁입찰은 개인기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경제/정치/정책적 이해득실 계산이 오가는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려면 공항공사 사장은 글로벌 경력, 학력, 언어 등 레버리지를 비롯해 우리정부를 이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최소한 비즈니스의 기초 경험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보기관이므로 '무언가' 입찰에 도움되겠지라는 의도만 보인다. 인사 자체를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국가시설이라 안보와 일치한다는 주장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올뿐이다. 지금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겪으며 매출액은 40%, 면세점 임대수익은 53%, 공항시설 이용수익 48% 감소하여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 필요한게 공항 안보 전문가인가, 경영 전문가인가? 그리고 안보 전문가가 왜 필요한가? 안보는 국정원, 경찰 등 담당기관이 관리하는 것이지 해당출신 사장을 임용해야 안보수준이 높아진다면 그것 자체가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폭넓은 인맥이라 하는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전 정권 인사인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어떤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는가? 또한 한국공항공사 리더에게 필요한 인맥이 국정원 직원이 가진 정보기관, 경찰, 군대의 인맥인가?

결국 정부는 아주 교묘하게 낙하산 인사를 포장하여 국민을 속였다. 대중에게 여전히 국정원이 은밀하고 강력한 기관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음을 활용하여, 국가 경쟁입찰과 국익확보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처럼 강조했다.

코로나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공항공사에 일말의 관련도 없는 안보, 보안, 사이버정보 등 경험을 언급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공항공사 경영정상화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전정권 인사의 영향력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현 정부에 묻고 싶다. 왜 전문경영인을 놔두고 이런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는가? 코로나19로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한 한국공항공사에 기업 인수합병, 브랜드, 마케팅, 판매, 영업, 기술개발 등 기업경영 활동을 모두 경험해본 전문가들을 임명하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반드시 전문가만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는 없다. 비전문가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왜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공기업의 성패를 비전문가라는 불확실한 확률에 의존해야 하는지 현 정부에 묻고 싶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능력ㆍ전문성에 방점을 두고 인수위를 꾸리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나가려는 윤정부 기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아직은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만큼은 현 정부와 완벽히 달라야 한다.

최근 캠프에 참여한 청년들을 발탁하여 실무진으로 활용하겠다는 소식이 있어 우려를 표하고 싶다. 비록 대선에 기여했더라도 모든 행정부처를 관리하는 인수위와 청와대만큼은 실무진 하나까지 전문가로 배치해야 한다.

청와대는 SNS에 익숙하고 잘 아는 사람이 아닌, SNS 동향을 토대로 전략을 만들 전문가가 필요하며, 2030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닌 그 정보로 정책을 만들 전문가가 필요하다. 노년층을 대변할 사람이 아닌, 노년층 정책을 만들 전문가가 필요하다. 게다가 여러 정부부처가 자체 예산ㆍ인력으로 다양한 사회정보를 분석하여 제공하는 만큼, 청와대 실무진은 전문가로 꾸려도 무방하다.

부디 새로운 윤석열 정부는 ‘비전문가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닌 ‘전문가가 능력을 펼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 필자 이민준은 현재 미래전략안보센터에 재직중이다. 고려대 공학학사ㆍKDI국제정책대학원 국제정책학석사를 전공했으며 기업에서 글로벌사업기획ㆍ신사업전략기획팀ㆍ컨설팅 등을 비롯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국가전략연구소 외교안보정책 분석실 등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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