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협상 정체, 미-중 정상 통화 아무런 결실없이 끝나
시진핑, “우크라이나 분쟁의 씨앗은 ‘나토의 동진정책’” 주장

안정세를 찾아가던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미-중 정상 통화도 별다른 결실 없이 끝나면서 가격이 올랐다. [사진=Wikipedia]<br>
안정세를 찾아가던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미-중 정상 통화도 별다른 결실 없이 끝나면서 가격이 올랐다. [사진=Wikipedia]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안정세를 찾아가던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가격이 올랐다.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 회담도 근본적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72달러(1.7%) 오른 배럴당 104.70달러에 거래됐다.

금융 분석 및 시장조사 업체인 팩트셋(FactSet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WTI 최근 가격은 한 주간 4.2% 하락했었다.

푸틴,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 지연시키고 있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하고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비현실적인 제안을 내놓는 등 협상 지연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우려를 낳으면서 유가가 다시 상승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의 통화에서 "키이우 정권이 갈수록 비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으며 협상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모든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다만 러시아는 원칙에 입각해 해결책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고 17일 '살인 독재자', '폭력배' 등으로 칭한 것을 두고 "인신공격"이라고 맞섰다.

“러-우크라 평화회담 더 이상 낙관적으로 들리지 않아”

독일 최대 민간은행인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회담과 관련한 뉴스가 더 이상 낙관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며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시장 상황을 재평가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런던에 위치한 원유 브로커 PVM의 스티븐 브레녹 애널리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적대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는 에너지 부문에 추가적인 변동성을 주고,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부터 하루 3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와 원유 관련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IEA는 이날 발표한 '10대 석유 사용 절감 계획'에서 주요 공급 경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들이 4개월간 하루 270만 배럴의 원유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고속도로 제한 속도 낮추기, 주 3일 재택근무, 도심 일요일 자동차 운행 제한, 대중교통 요금 인하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시진핑, “나토의 동진정책이 우크라이나 분쟁의 씨앗”

한편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문제를 논의했지만 근본적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화상 통화는 작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4번째 접촉이자 작년 11월 화상 회담 후 4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또한 무역분쟁을 비롯해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아직 대면 회담을 갖지 못한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나눈 첫 대화다.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 편으로 기울 경우 전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제재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향해 경제제재 폭탄을 쏟아붓는 가운데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중국이 오히려 러시아에 군수 물자 지원, 경제제재 회피하기 위한 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유럽을 위시한 서방과의 경제적 관계가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 편에 설 경우 미국과 서방 동맹국의 러시아 제재 조치가 효과를 상실할 수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배후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NATO도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NATO의 동진이 근본 원인인 만큼 서방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기존 입장이다. 러시아의 서부 국경과 마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NATO에 대한 최후의 방어선상에 위치해 있다.

'나토의 동진'으로 표현되는 서방세력의 확장에 따라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 동서독 통일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도에서 보듯이 구소련 영향력 하에 있던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이 EU와 나토에 가입했다. [사진= Wikipedia]

러시아 “독일 통일 당시 맺었던 나토의 역할, 미국이 지키지 않아”

'나토의 동진'으로 표현되는 서방세력의 확장에 따라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 동서독 통일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9월 12일 독일 통일협정, 이른바 ‘2+4’협정이 체결된다. 동서독과 소련, 미국, 영국, 프랑스가 모여 동서독을 통일시키고 동독에 주둔하던 외국군(소련군)은 철수한다는 문안에 합의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통일 독일의 경계선 밖 동쪽으로는 나토의 영향력을 확장하지 않기로 구두 약속을 맺었다는 것이 러시아측 주장이다.

그러나,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2004년에는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나토에 가입했다. 당초 약속과 달리 ‘나토의 동진’이 계속된 것이다.

2000대에 들어와서는 우크라이나마저 나토 가입을 추진했는데, 만일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편입된다면 러시아 입장에선 나토와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나토는 이미 발트해 지역 등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러시아측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과 나토가 자꾸 러시아 국경을 침범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 독일 통일 당시 약속했던 국경선을 지켜라”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2020년 발표한 <신국가안보전략>에서 나토의 군사력과 활동 강화를 최대 군사위협으로 명시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면서, 미국과 나토가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훈련을 벌이며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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