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고령 장기리 회화나무는 경신년 대홍수 때 사람을 살려 ‘활인대’라고 불리는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고령군은 낙동강 연안에 접해 있는데 관내 8개 읍면 중 성산면, 다산면, 개진면, 우곡면 등 4개 면은 낙동강과 직접 접해 있다.

대가야읍 또한 해발 1,430m의 가야산에서 발원하는 가천(앞내)과 야천(안림천)이 합류하여 이룬 회천이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그리하여 사방사업이 원만하지 못하던 옛날에는 갑작스러운 홍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가 많았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경신년 대홍수 때의 일이었다.

당시 엄청난 폭우로 가천과 야천의 수위가 높아지고 역류 현상이 일어나 오리제방 안으로 물이 넘쳤다.

장기리와 치사리 일대가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대가야읍 헌문리 일대에 조성된 지금의 시장은 당시에 장기리에 있었는데, 시장을 중심으로 약 10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갑자기 밀어닥친 대홍수로 수많은 집이 유실되고 20여 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나 이 동네 주민들은 살아남았다.

다급한 나머지 이 회화나무에 올라가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 고령시장을 현재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마을주민들은 이 나무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나무’라 하여 활인대(活人臺)라 불렀다.

이 나무가 바로 수령 250년의 장기리 회화나무이다.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직접 마을 사람들을 살린 것이다.

나무 높이 12m, 가슴높이 둘레 2.5m인 이 나무는 장기리의 소중한 당산목이다.

2004년 5월 3일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아주 멋진 풍치목으로 마을 한가운데 서 있다.

회화나무 근처에는 잔디가 깔린 작은 공원이 있다.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인 정자가 있으며, 5기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마을을 위하고 백성들을 사랑한 인물들의 공덕비들이다.

탐관오리를 벌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운 현감 윤정진 애민비, 청렴결백으로 정사를 돌보는 등 선비들까지 칭송한 현감 정기탁 영세불망비, 제방 축조와 수해 때 쌀 창고를 열어 백성을 도운 현감 심의두 청덕선정비, 제방을 보수하고 빈민구제와 세금을 경감해 준 군수 조시영 애민선정비, 홍수로 떠내려간 제방을 다시 쌓아 백성을 구제한 현감 임시익 구민회고비 등이 눈길을 끈다.

공덕비 내용을 곧이곧대로 다 믿을 수는 없으나 주 내용이 ‘제방을 쌓거나 보수하는 것’이어서 활인대 회화나무 이야기와 맥이 닿아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지역이 낙동강이라는 큰 강가에 위치해 무엇보다 치수(治水)가 관의 역할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가야읍 장기리의 장기(場基)는 장터의 한자 표기이다.

장기리는 대가야읍에서 바깥에 있는 장터여서 바깥장터, 장터, 장거리 등으로 불렀다.

1920년 대홍수 이전에는 상수도(上水道) 남쪽에 80여 세대의 큰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경신년 대홍수로 가옥과 논밭이 한꺼번에 유실되어 폐촌이 되는 바람에 다른 마을로 이주하였으며, 그 후 10여 가구가 들어와 새로 마을을 형성하면서 지금의 장기리로 발전하였다. 

1980년대 초까지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동제의 중심이 되었던 장기리 회화나무는 100년 전 대홍수 때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었고, 그 후에는 시원한 그늘과 휴식처를 제공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령 장기리 회화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04-27-01
·보호수 지정 일자 2004. 5. 3.
·나무 종류 회화나무
·나이 250년
·나무 높이 12m
·둘레 2.5m
·소재지 고령군 대가야읍 장기리 214-2
·위도 35.727838, 경도 128.27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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