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한국 못지않은 배달의 왕국이라고 해도 좋다. 배달업 종사자들을 의미하는 이른바 와이마이샤오거(外賣小哥)만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 대륙에 무려 1000만 명 이상이나 존재한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엄청나다. 연간 1조 위안(元. 191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우크라이나의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1550억 달러보다 약간 많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4000만여 명보다 중국의 배달업 종사자들 와이마이샤오거들이 경제적으로는 더 잘 산다는 계산이 충분히 나온다.

이들은 당연히 독불장군이 아니다. 일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을 통해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들과 유기적인 연계를 가져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인력운영 솔루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마케팅) 플랫폼에 가입,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플랫폼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지방 소도시에서 활동하는 업체들까지 합할 경우 최소 수천여개는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취훠의 직원들. 회사 창립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프라인 기념식을 가지고 있다/[사진=취훠 홈페이지 캡처]

가장 대표적인 업체로는 역시 미국 나스닥에까지 상장된 취훠(趣活)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중 양국 간의 신냉전이 한창일 때인 2020년 7월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가볍게 상장에 성공하는 능력을 발휘한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2012년 베이징에서 출범한 취훠의 세부적인 지표도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월간 활성화 와이마이샤오거들의 수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3월 중순 기준으로 1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업계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의 엄청난 수를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에 대해 수년 전 베이징 런민(人民)대학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배달업을 해봤다는 저우잉(鄒英) 씨 역시 “와이마이샤오거 한 사람이 하루 평균 50건의 배달을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10만 명이 월 최소 1억2000만 건의 배달을 할 수 있다. 1년이면 12억 건이나 된다. 엄청난 양이라고 할 수 있다.”라면서 10만 명을 활성화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지역도 광범위하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시를 비롯한 전국 26개 성시(省 市) 및 자치구의 80여 개 지역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거의 전국구 플랫폼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다른 유수의 업체들을 가볍게 제치면서 나스닥 상장에 괜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매출액 증가세 역시 가파르다. 2017년에 고작 6억5500만 위안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 무려 20억5600만 위안으로 불어나더니 2020년에는 30억 위안 전후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30억 위안대 중반을 넘어섰을 것이 확실하다. 조만간 매출 50억 위안대로 올라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취훠가 간단치 않다는 사실은 기업 고객들의 면면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메이투안(美團)을 비롯해 어러머(餓了么), KFC, 공유자동차 업체 고펀(Gofun)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인해 O2O 플랫폼들의 기세가 더욱 욱일승천의 양상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관 투자자들의 라인업은 화려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것 같다. 우선 투자의 귀재 손정의가 지휘하는 소프트뱅크를 꼽아야 한다. 일찌감치 취훠의 가능성을 직시하고 중국 자회사를 통해 11.24%의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다.

향후 더 늘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중국어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 역시 거론해야 한다. 지분 11.46%로 소프트뱅크보다 약간 더 많다. 의결권도 4.56%나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클리어뷰 파트너스(ClearVue Partners)도 7.05%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분 구조만 봐도 경쟁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20년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을 때의 취훠 임직원들. 한때 6억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을 회복하기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다.[사진=검색엔진 바이두]

2020년 7월의 상장 때만 해도 취훠의 시가총액은 무려 6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선 바 있다. 지금은 당시의 영광이 무색하게 3100만 달러를 조금 넘는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미중 관계와 미국의 중국 기업 규제, 나스닥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취훠의 행보를 감안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철수를 결행한 후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 다시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을 회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나스닥에서도 물러서는 모습이 아름다우려면 어떻게 해서든 최선의 노력을 경주, 주가를 회복하는 극적인 광경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가 밝으려면 음식 배달 서비스에 편중된 매출의 다변화도 필요하다. 현재의 98.6%라는 높은 비중은 발전의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당연히 취훠의 경영진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최근 공유 자전거 관리, 대리 운전, 청소 서비스 사업에도 눈을 돌리는 것은 다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 역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규모의 경제라는 미명 하에 덩치를 키우더라도 지속적 손실을 기록한다면 아무래도 시장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적자 규모는 꾸준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의 경우 1000만 위안대로 안정적 수준에 진입했다. 늦어도 2, 3년 후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도 있지 않을까 보인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중국의 이른바 ‘온디맨드(On-Demand)’ 시장의 전망은 밝다. 향후 연간 성장률이 평균 15% 전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2024년의 전체 시장은 10조 위안 가까울 전망이다. 취훠가 뚫고 들어갈 틈새가 구멍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광활하다는 말도 된다.

여기에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수년 내에 데카콘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해도 좋다. 나스닥에서의 영광을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서 다시 재현하지 말라는 법 역시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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