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경제제재 대상인물, 최근 첼시 매물로 내놓아
눈 충혈되고 피부 벗겨져… 생명에는 지장 없어
탐사보도 매체 ‘캘리캣’, “겁을 주려고 독극물을 사용한 것”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간의 평화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와 협상단 일부가 최근 키이우(키예프) 회담 후 화학물질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WSJ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브라모비치와 최소한 2명의 우크라이나 협상단 고위 멤버에게서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지속,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전했다.

중독 증상을 보인 우크라이나 협상단 멤버 중 한 명은 크림반도의 타타르 국회의원인 루스템 우메로프로 알려졌다.

영국 프로축구단 첼시 구단주이자 억만장자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평화협상에 관여해온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회담에 참석한 이후 독극물 중독으로 독극물 중독으로 보이는 증세를 부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최근 서방의 경제제재 대상 인물로 지정되자 첼시를 매물로 내놓았다. 

첼시 구단주 아브라모비치,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WSJ는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위한 협상을 도와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우크라이나 협상단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하면서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졌던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뒤 첼시를 매물로 내놓았다.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소식통들은 평화회담을 방해하려는 모스크바의 강경파들이 비밀리에 이들을 공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WSJ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위한 협상을 도와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팀의 적어도 2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 사건을 러시아의 음모로 돌렸다. 우크라이나 협상대표 미케일로 포돌랴크(Mykhailo Podolyak)는 독극물 의심에 대한 질문에 "많은 추측과 다양한 음모론이 있다"고 말했다.

협상팀의 또 다른 멤버인 루스템 우메로프(Rustem Umerov)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신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 외무장관 “러시아와 협상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먹거나 마시지 말라” 비꼬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국영 TV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뉴스와 센세이션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 “러시아와 협상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먹거나 마시지 말고 가급적 표면적으로 직접 접촉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고하면서 비꼬았다.

미국의 한 관리는 정보기관의 소식을 인용해 아브라모비치와 협상 대표들이 겪은 "환경적인” 이유를 "독극물이 아니라"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크렘린은 이메일로 보내진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WSJ 보도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 협상단은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지속되며 얼굴과 손의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을 보였다.

아브라모비치와 우메로프 등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이후 호전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탐사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벨링캣(Bellingcat)은 이 사건을 잘 아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정의 화학무기로 독살하려고 한 것이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벨링켓은 그러나 독소의 양과 종류를 볼 때 생명을 위협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영구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겁주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벨링캣은 이 증상을 경험한 세 남자는 몇 시간 전에 물과 초콜릿만 마셨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제품들을 섭취한 팀의 네 번째 멤버는 증상을 겪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을 위한 "특별 군사 작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푸틴이 이유 없는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친이 우크라이나인, 2003년 첼시 인수했으나 최근 매물로 내놓아

2003년 첼시를 인수하면서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졌던 아브라모비치는 제재를 받은 뒤 첼시를 매물로 내놓았다.

미국과 서방은 푸틴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시키기 위해 아브라모비치 등 러시아 억만장자와 러시아 기업, 그리고 러시아 고위 관리들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편 이번 독극물 의심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브라모비치는 계속 평화회담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그와 가까운 한 관계자가 WSJ에 밝혔다.

지난주 폴란드, 우크라이나, 이스탄불을 차례로 방문한 아브라모비치는 전쟁 당사국 간의 중재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세상을 떠난 아브라모비치의 모친은 우크라이나 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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