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수질이 좋지 않기로 전통적으로 유명하다. 전국에 끓이지 않고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이 존재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한국과는 달리 차 문화가 발달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소설 ‘삼국연의’에 유비가 강남의 차를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설화의 주인공인 조선의 봉이 김선달이 중국에 살았다면 아마도 희대의 사기꾼이 아닌 큰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물 관련 산업이 그야말로 대박을 치고 있다. 특히 정수기 산업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경기와는 무관한, 영원히 타격을 받지 않을 블루오션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정수기 업체들 역시 향후 상당 기간 동안 희희낙락할 수밖에 없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브랜드가 5000여 개 이상, 관련 기업이 14만여 개를 헤아리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 이들 중 최근 단연 주목되는 곳으로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 소재한 친위안(沁園)그룹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업계 순위는 4위에 불과하나 지난 수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구가한 사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치고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업계 2위인 에이 오 스미스가 미국계 기업이라는 사실까지 상기할 경우 당당한 토종 브랜드 빅 스리로 불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정수기 전시회에 출시된 친위안의 사무용정수기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지난 1998년에 설립된 친위안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 1, 2위를 다투는 토종 브랜드 메이디(美的)와 샤오미(小米)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제품의 질 제고를 위해 역삼투압(RO) 및 나노필터(NF) 기술 등의 연구, 개발에 노력한 결과 저장성 일대에서는 단연 발군의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어 세련된 디자인으로 30대 전후의 가정주부들에게 어필하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지금은 시장 점유율 13%, 매출액 50억 위안(元. 9600억 원)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적다고 할지 모르나 중국인들이 아직은 정수기 물보다는 생수를 식수로 훨씬 더 많이 소비하는 사실을 상기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해야 한다.

친위안의 광고. 소비자들에게 밀접한 제품인 탓에 광고를 많이 하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향후 전망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좋은 물에 대한 갈망이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상하이(上海)시 민항(閔行)구의 40대 주부 쉬산산(許珊珊) 씨가 “상하이는 물이 많은 고장에 속한다. 베이징보다 모든 여건이 좋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질이 아주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생수를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수기를 설치해야 할 것 같다. 내 주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는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정수기 설치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정수기에 눈을 뜨기는 했어도 아직은 한국이나 미국, 유럽에 비해 낮은 보급률 역시 전망이 밝은 이유로 거론할 수 있다. 여기에 상업 분야의 사용 잠재력까지 감안한다면 토종 브랜드 빅 스리인 친위안의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크지 않나 보인다.

온라인을 이용한 판매가 호실적을 거두는 현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21년을 기준으로 온라인 판매가 150만대를 약간 상회하는 판매량의 70%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친위안이 향후 온라인을 통한 판매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토종 브랜드 2위인 샤오미가 최근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먼저 행동에 옮길 수는 없으나 진심으로 바람)’이 아닌가 여겨진다. 현재 0%대의 점유율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내지는 내년에는 역전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014년 주식의 60% 가까이를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획득한 모기업인 미국의 유니레버의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친위안의 경영진이 수년 내에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장애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선 블루오션이라고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이 친위안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베이징의 한 정수기 업체 간부 저우민성(鄒敏生) 씨가 “솔직히 정수기 제조 기술은 최첨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전 회사 같은 경우는 결심만 하면 뛰어들 수 있다. 솔직히 기가 막힌다.”라면서 혀를 차는 것만 들어봐도 잘 알 수 있다. 향후 시장이 치열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단언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샤오미 등의 경쟁업체들보다 제품 단가가 다소 비싼 것도 성장을 가로막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평균적으로 토종 브랜드보다 가격이 1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이 줄면서 정수기의 수요도 덩달아 주는 현실 역시 친위안으로서는 아픈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지속적으로 대거 확대될 것이 거의 100% 확실한 만큼 친위안 입장에서는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행동으로도 옮기고 있다. 예컨대 필터링 방식의 차별화에 나서면서 냉온수 및 출수량 조절 등과 같은 기능을 부가 탑재하려는 행보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더불어 설치비 면제 등의 서비스 차별화에까지 나서는 마케팅 정책을 보면 친위안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 확실하다.

현재 친위안은 상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하려는 경영진의 의중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인가는 상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은 유니레버도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으면 상장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기는 아무리 늦어도 2025년 이전이 되지 않을까 보인다. 만약 예상대로라면 친위안의 시가 총액은 매출액의 최소한 5배 전후인 500억 위안 전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수기 업계에서 또 하나의 유니콘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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