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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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은 일상에서 ‘거리두기’와 ‘단절’이라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냈다. 국가간 교류도 마찬가지다. 공항은 폐쇄됐고 사람들로 넘쳐나던 각국의 유명 관광지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경기 속에 길고 긴 정체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상을 멈추게 했던 코로나19가 2년여 만에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에서 점차 ‘극복할 수 있는 유행병’으로 인식되면서 각국의 방역 조치도 완화되고 있다. 때맞춰 그동안 굳게 닫혔던 각국의 하늘길도 속속 열리고 있다.

2년 넘게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TV 여행프로그램으로 달래야 했던 사람들도 머리 속으로만 그려왔던 여행 스케줄을 구체화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입국 시 격리 의무화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격리 없이 여행을 하기 위해선 국가 선택이 우선돼야 한다. 30일 현재 국내 여행객이 무격리로 입국 가능한 국가는 39개국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유럽과 미주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PCR 음성확인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출입국 정책으로 완전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도 하나 둘 빗장을 열고 있다. 태국이 다음달 1일부터 음성 확인서 제출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출발 전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와 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전세계 여행 수요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달 10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 여행 수요가 1년 전과 비교해 8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완연한 회복세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일 미국 공항을 이용한 승객이 236만명에 달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월 같은 날 미국 공항 이용객의 93% 수준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1일부터 백신 접종 입국자의 격리를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입국정책을 펴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는 국가 분류체계를 현행 4단계에서 주의국가(레벨2), 일반국가(레벨1) 2단계로 축소해 항공편 운항을 관리, 입국 편의성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운항을 제한했던 ‘서킷브레이커’도 폐지, 항공사들은 특정 노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더라도 노선 전체의 정기운항을 중단하지 않는다.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탑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탑승객들이 출국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시행 이후 지난 25~27일 사흘간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만6926명이다. 이는 한 주 전인 18~20일의 4만162명에 비해 약 17% 증가한 수치다.

국제선 예약 상황도 나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격리 해제 이후 국제선 항공권 예약이 80% 이상 증가했다.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까닭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항공편이 문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나서기에는 운항 편수와 운항 국가가 한정돼 있다.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운항 확대는 여전히 더디다. 해당국 상황이 녹록치 않은 이유가 원인이겠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관계 당국과 국적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운항 확대 노력을 바라고 있다.

현재까지 미주·유럽·동남아 등 주력 노선 운항에는 큰 변화가 없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36개 노선에서 주 135회(3월 128회) 운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하와이와 나고야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나리타·오사카·후쿠오카·런던·프랑크푸르트 노선도 증편한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운항편을 늘리고 있지만 정상화까진 요원하다.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고, 제약 없이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기에는 여전히 코로나19의 벽이 높은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 날'에 대한 기대감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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