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뇌건강에 좋다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이상적인 와인이란 오감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와인이다.

색으로 느끼는 시각, 아로마와 부케로 느끼는 후각, 신선하게 느껴지는 촉감, 풍미로 느껴지는 맛, 그리고 꿀꺽꿀꺽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각이다.’라고 프랑스의 유명한 미슐랭 쓰리스타 쉐프 폴 보뀌즈 (Paul Bocuse:1926~ 2018)가 말했다’

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좋아진다라는 제목하에 와인을 마실 때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나 좋은 음악감상을 하거나 야구에서 홈런을 쳤을 때나 골프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나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등의 인간의 다른 어떠한 활동이나 행동보다 뇌의 전두엽 등 관련 부분이 훨씬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에 대해 언급한 기사를 읽었다. 한마디로 인간의 그 어떠한 활동보다도 와인을 마실 때 가장 뇌가 활성화된다는 이야기다.

이 기사를 접했을 때 흥미롭기도 했지만 왜 그런지, 어떻게 그렇게 되는 지 등에 대한 상세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와인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낭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와인이 만병통치약이라지만 설마라는 마음도 있고 해서 그 기사의 출처를 찾아보게 되었다.

찾아보니 예일대 신경과학자인 고든 세퍼드(Gordon M. Shepherd) 박사의 책과 그와 관련한 서평과 인터뷰 그리고 그의 연구에 관한 저널 발표물이 실제로 있었다.

‘신경양조학’이란 책인데 ‘어떻게 뇌는 와인의 맛을 창조해내는가?’라는 부제가 딸려 있다.

신경양조학(Neuroenology)? 말 그대로 신경(neuro)과 양조학(oenology)의 조합으로 이 저자가 만든 용어이다.

그 이전에 신경미식학(Neurogastronomy)이라는 단어도 있기는 했다. 말 그대로 신경과 미식이란 단어의 결합어이다.

기존의 향기(풍미)학(Flavor Science)은 음식의 향과 맛에 대한 감각적 인지 및 평가와 관련된 학문인 반면 신경미식학은 한걸음 더 나아가 향기(냄새)라는 것이 음식 자체에 존재한다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뇌에서 이를 느끼고 인지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보고 이 전체 과정을 음식과 관련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신경미식학은 음식물 제조업체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사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게 하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 신경미식학을 와인에 주목하여 와인의 향기와 맛과 접목하여 연구하는 것이 신경양조학이다.

달리 표현하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뇌과학(Brain Science)과 신체역학(Biodynamics)을 바탕으로 이를 음식과 와인을 주제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뇌과학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련의 행동들이 어떤 감각기관과 과정을 통해 뇌에 전달되고 뇌의 어느 부분이 이 활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반응을 하는지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어떤 호르몬 등을 분비하는 지 등을 연구하여 인간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장치를 개발하거나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절하는데 까지 활용되고 있다.

특히나 인공지능(AI)이 과학을 넘어 사회, 경제적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더욱 뇌에 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야기가 나오면서 기계나 로보트가 그래도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분야가 감정과 감각, 감성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런 것과 관련된 뇌의 활동을 연구하여 이를 극복해보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신경양조학과 신경미식학 둘 다 신경학(뇌과학neurology)과 양조학, 미식학의 경계선상의 학문 즉 학제적 학문인 셈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와인과 음식의 향과 맛을 우리 몸이 어떤 경로로 그것을 감지하고 인지하여 이해하고 평가하고 인식, 보상하는가에 관한 연구이고 이때 우리 뇌의 어떤 부분이 사용되는 지, 어떤 뇌의 활동을 통해 우리 몸은 어떻게 추가 행동을 하거나 느낌을 갖게 되는 지, 그리고 그것은 그 동안의 연구로 볼 때 인간이 어떤 다른 행동을 할 때 뇌의 반응과 유사한 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1883년에 그려진 골상학 그림. [사진=위키피디아]

그의 연구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일련의 행동은 와인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분자들이 뇌에 전달되는 신체 역학적 단계들과 이를 뇌에서 인지하는 일련의 과정들 그리고 인지한 후에 이루어지는 보상작용을 뇌의 활성화 부위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분석해볼 때 우리가 하는 다른 어떤 행동들보다 더 많이 뇌를 사용하고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마시려고 준비하는 단계,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단계, 향을 맡는 단계, 입에 머금고 맛을 음미하는 단계, 삼키는 단계, 삼킨 후에 뒷맛을 느끼는 단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단계 등 와인을 마시는 일련의 동작과 행동이 일어날 때 우리 뇌가 반응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다른 어떤 행동들을 할 때보다도 뇌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들을 읽다 보니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는 우리의 사소한 것 같은 와인을 마시는 행동이 우리 몸의 얼마나 다양한 부위와 근육을 사용하고 뇌가 얼마나 다양한 경로로 이를 감지하고 인지하고 평가하고 보상을 하는가에 대해 알게 되어 참 신비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새삼 존경하게 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와인을 마시는 행동은 신체역학적으로는 코와 입, 손 등에 있는 다양한 감각 기능부터 턱, , , 코의 뼈와 근육은 물론, 삼키고 숨쉬는 것을 통해 횡경막과 가슴, 심지어는 골반의 근육까지 연관이 있고 와인을 머금었을 때 입에서부터의 소화작용을 돕기 위해 침샘의 활성화까지 관련이 있는 동작이고 이것은 뇌과학적으로는 신체역학적 근육 운동은 물론 오감을 통한 뇌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데 골반 근육까지 사용하다니! 참 신기하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마시는데도 침이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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