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형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침체 예측 보고서 내놓아
도이체방크, “2년부터 시작된 모처럼의 경기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
연준, “그러나 통화긴축이 최선”...0.5% 금리 인상 검토

독일의 중앙은행 도이체 방크는 세계 대형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에 따른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Wikipedia]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맞선 싸움으로 내년 말부터 경기침체가 촉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5일(이하 현지시간) CNN뉴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독일 도이체방크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면서 세계 대형 은행 가운데는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 확산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여파로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경기침체 가능성을 명확히 경고한 것은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도이체방크가 처음이다.

세계 대형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침체 경고

CNN은 “독일 은행의 이러한 예측은 연준이 미국 경제에 제동을 걸어서 불과 2년 전에 시작된 경기회복의 바람직한 움직임을 의도치 않게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 매튜 루제티(Matthew Luzzetti)가 이끄는 경제팀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결코 더 이상 연준이 연착륙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대신 우리는 보다 공격적인 통화 긴축이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연준의 희망은 부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무너졌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연준이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에너지와 식량 원자재 가격이 얼마나 급등했는지를 지적했다.

연준 강경파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잡는 것이 최선” 반박

도이체방크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강경파에 속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연준 이사는 이날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급속히"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채권 매각이 결정되면 속도는 매우 가파를 수 있다면서 동시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이 공급망 차질을 가중시키고, 이에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준의 강경파로 알려진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도이체 방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잡기 위해서는 기준 금리 인상밖에 없다며 다시 0.5% 인상을 제안했다.  

도이체방크는 경기침체의 정확한 시기와 규모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왔지만 “내년 마지막 4분기와 2024년 1분기 동안 미국 경제가 위축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도이체방크가 과거 두 번의 경기 침체처럼 깊고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를 예측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도이체방크는 2024년 실업률이 5%를 넘어서는 등 '경미한 불황(mild recession)'을 예상하고 있다. 

무디스, 골드만 삭스도 경기 침체 가능성 경고해

다른 경제 전문가들도 최근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마크 잔디 (Mark Zan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2개월 안에 최소한 3분의 1의 경기후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잔디는 "불안할 정도로 경기후퇴 위험이 높고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35%까지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4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최소한 세계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며, 쉽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1973년 석유 금수조치가 에너지 가격을 치솟게 하고 세계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설에서 과거 연준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침체를 야기하지 않고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 강성파다. 파월은 예로서 1965년, 1984년, 1994년 당시의 예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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