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22)

은퇴 후 황혼기에는 돈이나 재테크가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요즘 55세에서 60세 정도면 은퇴한다. 사람의 평균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정년은 제자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은퇴 나이가 빠르게 느껴진다.

따라서 평균 20~30년 정도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꾸려 나가야만 한다. 웰빙을 위해 실버 세대가 직면한 새로운 난관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에는 어떤 일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낄까? 손자나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재롱 떠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에 젖는 일일까? 아니면 그 동안 고락(苦樂)을 같이했던 아내, 남편과 함께 여행을 즐기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해보는 일일까?

모두 아니다.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가장 필요하고 행복한 일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돌봐야 하는 가족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재테크보다 친구테크를 생각해야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황혼기를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려면 가족보다는 오히려 진실한 우정을 나눌 친구가 더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들이 있다.

다시 말해서 황혼기에 행복하고 싶으면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친구를 관리하는 친구테크도 중요하다. 그래서 평소에도 친구를 잘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은퇴 후에는 좋은 친구가 행복에 이르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수년 전 영국 그린위치(Greenwich) 대학 심리학자 올리버 로빈슨(Oliver Robinson) 교수가 은퇴를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로빈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연금을 받고 있는 52~78세의 은퇴자 2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상당수는 퇴직 전에는 의사, 교사, 레스토랑 주인 등 좋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을 참가자들에게 은퇴 후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또한 그들의 결혼 상태와 자녀, 그리고 손자 손녀에 대해서도 물었다.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은 손자 손녀와 함께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취미나 관심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더 중요하다. 

활발한 사회활동, 그리고 다양한 취미활동이 행복

조사결과 사회활동이 활발했고 취미활동 등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사람일수록 비교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이상이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한 삶에 만족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결혼생활에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자녀나 손자 손녀가 있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로빈슨 교수는 “은퇴 후에는 같은 취미나 관심사를 함께 나누는 클럽 활동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황혼기에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 게 행복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은퇴 후의 행복은 사회적 환경이 크게 작용한다. 돈이 결코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더 필요하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자식이나, 손자 손녀가 있는 은퇴자들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황혼기에는 가족이 생각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캡션: 손자와 손녀는 새로운 기쁨을 안겨다 준다. 그러나 정작 삶에서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더 필요하다

로빈슨 박사는 “돌봐야만 하는 가족이 있으면 노년기 재정적인 부담이 돼 행복감을 주는 요소가 더 이상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퇴자들은 자녀와 손자 손녀들과 이따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시 돌보는 것은 좋아했다. 그러나 전적으로 오랫동안 육아나 가사를 떠맡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은퇴 후 황혼기에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마음을 털어 놓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친구다”

사실 바쁜 사회생활 속에 파묻혀 있을 때는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다. 오히려 은퇴 후에 친구를 찾는다. 그래서 새삼스레 동창회도 나가본다. 친구는 정신적인 지주이며 훌륭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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