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기사회생이라는 것은 말이 쉽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기업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한번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나락에 빠진 후 생사의 기로에서 헤맬 경우 반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보인다.

그러나 지금 중국 식음료 업계에 이런 기적을 창조한 유니콘이 탄생, 화제를 부르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커피(瑞幸. 루킨Luckin커피)가 아닐까 싶다.

베이징 둥청(東城)구 첸먼(前門)의 한 루이싱커피 매장 풍경. 기사회생의 기적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말해줄 정도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늘고 있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지난 2017년 출범한 루이싱은 시쳇말로 중국 내에서만큼은 스타벅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나갔다. 설립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보여준 돌풍으로 수년 내에 스타벅스를 제치고 당당한 극강의 업계 1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었다. 설립 3년째인 2019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은 확실히 결코 괜한 게 아니었다. 당시 기업 가치가 무려 13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루이싱은 고작 1년 만에 분식 회계 스캔들로 퇴출되는 횡액을 당했다. 할인 판매한 것을 정상 거래로 조작, 2019년 매출액을 과다 계산한 탓이었다. 이후 루이싱은 거의 재기 불능의 기업으로 여겨지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하기야 분식 회계 기업이 살아남기 힘든 미국의 관례를 볼 때는 그래야 정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루이싱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강요당해야 할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인 채 그대로 서서 죽지 않았다. 기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생존에 그치지 않고 다시 승승장구의 길을 달려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매출액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97.5%나 늘어난 79억6530만 위안(元. 1조5200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곧 꿈의 실적인 100억 위안 고지 점령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고질적인 영업 손실 역시 대폭 줄었다. 25억8727만 위안에서 5억3905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영업 순익 달성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해도 좋다. 이에 대해서는 궈진이(郭謹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소회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나스닥 상장 폐지에도 절망하지 않았다. 계속 고객 수를 늘이면서 매출 성장에 주력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품 평균 가격 상승이라는 호재도 만났다. 직영점과 가맹점들의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맹점의 경우 이윤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미래를 자신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또 우리를 믿어달라고 하지 않고 신뢰를 쌓는 경영에 주력하겠다.”

매장 수 역시 간단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61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1221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하면서 공격적 경영에 나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루이싱의 매장 수는 스타벅스를 압도한다. 700여 개 가까이 많다.

루이싱이 이처럼 기사회생한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분식 회계를 자행한 과거 경영진을 퇴출시킨 결단을 꼽을 수 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읍참마속에 나선 행보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면서 위기를 넘기게 해줬다고 할 수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직영점보다는 가맹점 오픈에 중점을 둔 노력 역시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이는 직영점과 가맹점의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최근 3대 1 정도에 이른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앞으로는 더욱 가맹점이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반면 실적이 나쁜 직영점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구촌 전 매장을 직영점 형태로 운영하는 스타벅스와는 정 반대의 경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월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스타 구아이링. 2관왕을 거머쥐면서중국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루이싱은 그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제공=신징바오.

지난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최고 인기 선수로 등극한 미국계 스키 선수 구아이링(谷愛凌)을 모델로 내세워 특수를 누린 것에서 알 수 있듯 스타 마케팅도 거론할 수 있다. 아이돌을 동경하는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투자 대비 마케팅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 루이싱 내부의 분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가 쿠폰을 제공하는 영업 전략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공짜나 할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진리를 상기하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루이싱의 향후 전망은 상당히 좋다. 나스닥에서 퇴출된 기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가 루이싱이 나스닥 재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전한 것은 이로 볼 때 나름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보도라고 할 수 있다.

미래가 밝게 전망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 내 카페 및 커피 문화가 계속 확산되는 현실을 무엇보다 먼저 거론할 수 있다. 여기에 토종 기업이라는 사실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장점이라고 해도 좋다.

저렴한 가격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의 잇따른 출시 등 역시 꼽아야 한다.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출시한 코코넛라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금까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루이싱의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엔젤 투자가 봇물처럼 이어지는 현실도 루이싱의 즐거운 비명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대주주인 센트리움캐피털(Centurium Capital)과 IDG, Ares SSG 등은 언제든지 거액을 더 투자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루이싱 경영진들의 표정 관리를 하게 만들고 있다.

당연히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당장 꼽아만 봐도 맥카페, 코스타 카페, 팀 홀튼, 피츠커피 등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 중 루이싱의 가장 큰 적은 단연 2019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팀 홀튼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5년 안에 3000개의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야심을 보면 루이싱을 괴롭힐 제2의 스타벅스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분식 회계 전과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조속히 지워야 할 주홍글씨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루이싱의 경영진들이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하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그럼에도 역시 현재 분위기는 루이싱의 미래를 밝게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만약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진짜 나스닥 재상장은 꿈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럴 경우 기업 가치는 과거의 130억 달러가 아니라 30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이는 2021년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을 감안하면 전혀 무리한 단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루이싱이 기사회생의 드라마를 쓰고 있지 않느냐는 업계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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