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르펜 득표 격차 16.6%p...2017년 대선보다 절반가량 줄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날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 [사진=UPI/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를 16.6%포인트(p) 격차로 눌렀다.

'최연소 대통령'에 이어 '20년 만에 첫 재선 성공' 타이틀까지 얻으며 프랑스 대선 역사를 다시 썼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치러진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58.3%(개표율 99% 기준)의 지지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7년에 이어 재대결에 나선 경쟁자 르펜 후보는 득표율 41.7%로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당선 윤곽은 앞서 나온 표본 조사에서 이미 나타났다. 

현지 여론조사기관들은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16%p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례로 엘라브는 마크롱 대통령이 57.6%, 르펜 후보가 41.8%의 득표율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에 이어 프랑스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약 20년 만의 일이다.

그는 이날 오후 9시경 파리 에펠탑을 둘러싼 샹드마르스 광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배제하기 위해 투표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르펜 후보를 뽑은 유권자들을 향해 "더 이상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닌, 만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르펜 후보도 출구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소수가 권력을 장악하지 않도록 인내와 애정을 갖고 프랑스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계속 지켜가겠다"라고 밝혔다.

약 42%에 달하는 득표율과 관련해서는 "이 자체가 승리"라며 "수백만명이 우리를 선택했고,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서 마크롱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이 암울한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매체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 경쟁자를 제치고 주도권을 5년 더 확보하게 됐다"라면서도 "좁아진 투표 격차와 분열은 마크롱에게 험난한 임기를 예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대선 결선과 비교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5년 사이 32%p에서 16~17%p로 줄어들었다. 5년 만에 극우 후보의 지지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르펜 후보의 양극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랑스24는 "르펜 후보는 마크롱과 프랑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촉구해왔다"라며 "이번 선거가 사실상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가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마크롱의 최대 과제는 '통합'이 될 전망이다. 마크롱이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단 마크롱 대통령이 당면할 첫 과제는 오는 6월에 있을 총선으로 점쳐진다.

여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제약을 걸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높아진 득표율과 관련해 "빛나는 승리"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르펜 후보는 거부감 때문에 주류에 속해본 적이 없는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키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Xinhua/연합뉴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 소식에 유럽 정상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르펜 후보가 국익 최우선주의와 마크롱 정책 후퇴 등 유럽 국가들을 곤혹스럽게 할 만한 개혁을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탁월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축하했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또한 "격동의 시기에 강력한 유럽과 더욱더 주권적인 EU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는 프랑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유럽에게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랜 동맹이자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 협력국"이라며 "재선을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