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예천 사곡리 느티나무는 수령 590년의 장대한 노거수로 고갯마루 돌문(石門) 위에 서 있는 당산목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 국사골 마을 위에는 고갯마루가 있다.

양옆에 석축을 쌓아놓아 돌문(石門)이라 부른다.

찾기 좋은 주소는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 산79 번지 바로 앞이다.

이 고갯마루 돌문의 석축 위에 수령 590년의 장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예로부터 서낭신의 역할을 해온 이 느티나무는 고갯마루 길목을 지키는 최고의 당산목이다.

원줄기가 고사(枯死)하면서 표피에 굵은 선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생육상태는 아주 좋은 편이다.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영혼이 있어 동신제(洞神祭)를 지내야만 한 해 동안 무사하다고 믿었으며,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동제를 지내왔다. 

해발 약 350m에 위치한 사곡리 국사골 마을은 예천군 남서부 국사봉(國師峰)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옛날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국사봉 아래가 모두 잠기게 됐는데, 높은 곳에 올라온 사람들이 국사봉 정상에 수백 명이 옹기종기 모여 홍수를 피했다고 한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래로 내려오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고려시대 국사(國師)인 두운(杜雲) 선사가 태어난 곳이라 하여 국사봉이라 불렀으며, 조선시대 때 예천군수가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곡리(沙谷里)는 옛날에 절이 있었다 하여 절골이나 사곡(寺谷)이라 불리었다.

1519년 조선 중종 때 유교의 이상향을 꿈꾼 신진 사림파와 중종반정을 이끈 공신 훈구파의 대립으로 기묘사화(己卯士禍)가 발발하자 그것을 피해 내려온 최흥문과 함녕김씨가 억불(抑佛)의 영향을 받아 사곡(沙谷) 또는 돌개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사곡의 우리 말인 ‘사골’로 부르다가 국사봉의 ‘국’자를 따 ‘국사골’로 불러왔다. 

사곡리에는 기이한 전설이 전해져 온다.

뒷산 국사봉 마루턱 소나무에 ‘국시(國始)태’라는 열매가 달렸는데 희한하게도 이 열매는 사람의 물음에 말 대답을 하였으며,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영신(靈神)으로 믿어 사당을 짓고 국시(國始)로 모셨다고 한다.

매년 정월 초닷새 날, 동네에서 가장 정결한 집을 택하여 국시 형체(形體)에다 오색 현란한 종이와 새털 등으로 장식시킨 국시에게 소리로 문답을 하였다.

“국시 서낭님! 새해에는 풍년이 들겠습니까?” 라고 물을 때, 풍년이 들면 “윙~ 달달~” 하는 소리가 나고, 풍년이 들지 않으면 아무리 절을 하고 묻고 달래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 국시에게 길흉화복(吉凶禍福)과 개개인 가정의 길운(吉運) 등을 물었으니 토정선생(土亭先生) 역할을 하였다 한다.

동네 주민들은 국시를 극진히 모시고 믿어왔다.

이 마을의 ‘최동락’이란 사람이 아들이 없어 국시 서낭님께 백일기도하여 아들을 얻자 그 기쁜 마음을 기념하기 위하여 새로이 서낭당을 짓고 국시를 집안으로 모셨다.

그런데 비운(悲運)이 들어 아들이 죽게 되자 ‘믿어도 소용이 없다’ 하여 국시를 천대(賤待)하자 국시는 윙하고 슬피 울며 충청도 월악산(月岳山)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지금은 국시사당(國始祠堂)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예천군의 오지마을인 사곡리는 친환경 청정지역으로 찰수수, 오미자, 복분자 재배로도 유명하다.

백두대간 아래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물이 풍부하고 공기가 맑다.

특히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 농법을 고집해 논과 밭들에는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논과 수로와 계곡에는 미꾸라지와 가재가 넘쳐난다.

2008년에는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됐다.

진주강씨(晋州姜氏) 정려각(旌閭閣)이 있으며, 경주최씨 집성촌이다.

사곡리 국사골 마을 돌문에서 국사봉 오르는 길목에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와 문경시 동로면 마광리의 경계지점인 꽃재(花嶺)가 있다.

꽃재는 산세가 좋고 사계절 꽃으로 뒤덮인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나무가 많아 나무꾼들이 도시락 싸 들고 많이 모이던 곳이라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간직하며 예천 사곡리 느티나무는 당당하게 서 있다.

<예천 사곡리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7-14
·보호수 지정 일자 1972. 8. 9.
·나무 종류 느티나무
·나이 590년
·나무 높이 23m
·둘레 5.6m
·소재지 예천군 유천면 사곡리 산79 인근
·위도 36.679081, 경도 128.336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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