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예천 삼강리 회화나무는 이 땅의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 앞에서 역사와 문화를 증거하는 소중한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태백산 황지연못에서 부산 앞바다까지 사람살이의 온갖 애환을 품어 안고 1,300리를 흐르는 낙동강 줄기에 이 땅의 마지막 주막이 있다.

세 개의 강물이 하나로 만나는 곳이어서 삼강(三江)이라 불리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다.

하회마을을 돌아 나온 낙동강, 회룡포를 휘감고 뻗어 온 내성천, 경천호에서 흘러 내려 온 금천, 그렇게 세 줄기의 강이다.

강변에 관광지로 조성된 삼강주막은 2005년까지만 해도 실제 주모가 운영하던 주막이었다.

마흔 살부터 여든아홉 살까지 ‘주모’라는 이름으로 주막을 지켜온 유옥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주막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주막 앞의 공터는 옛 나루터의 저자거리를 재현해 경상북도에서 민속문화재 제134호로 지정했다.

보호수 11-27-12-23호인 예천 삼강리 회화나무는 삼강 나루터의 오래전 기억을 생생히 기억하는 생명체다.

나무 나이 200년쯤 된 회화나무는 키가 15m쯤 되고, 가슴높이 둘레는 5m쯤 된다.

2m쯤 높이에서 줄기는 7개의 큰 가지로 분화되어 넓게 펼치면서 자유분방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회화나무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수형을 갖추었다.

‘학자수’ ‘선비목’ 등의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회화나무는 중국이 고향이지만, 크게 자라면서 가지를 넓게 펼쳐, 풍치를 아름답게 하는 나무여서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다.

나무 바로 앞에 놓인 작은 초가지붕의 삼강주막은 넉넉하게 펼친 회화나무의 품 안에 모두 들어온다.

회화나무의 가지 펼침이 워낙 웅장한 데다, 나무 그늘 아래의 주막은 앙증맞은 크기여서 주막은 더 아늑해 보이고, 나무는 실제 크기보다 훨씬 우람하게 보인다.

나무 줄기에 잔뜩 피어오른 초록 이끼는 주막과 나무에 얹힌 세월의 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주막이 자리잡은 터는 낙동강의 유명한 나루터였다.

낙동강변 곳곳에 있던 나루터 가운데에는 삼강 나루터의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영남 남쪽에서 서울로 가는 물류의 대부분은 이 나루터를 이용했다.

나룻배가 끊긴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영남 지역의 보부상들이 왁자하게 모여들어 성시를 이루던 곳이 삼강 나루터였고, 자연스레 삼강주막도 영남지역 보부상들에게 단골 주막으로 널리 알려졌다.

예천 삼강리 회화나무는 이 나루터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전설과 함께 널리 알려진 명목(名木)이었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에 이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면 사고가 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생겨난 오래전의 이야기가 있다.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 건너 상주의 한 목수(木手)가 나무를 베어내려고 이 마을로 왔다.

마을 사람들은 이 회화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영험한 나무라며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막았다.

하릴없이 나무를 베어낼 틈을 엿보느라 목수는 나무 그늘에 들어서 잠시 낮잠에 들었다.

그때 그의 꿈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타나서 “나는 삼강나루터 회화나무를 지키는 신이다.

만약 이 나무에 조금이라도 해꼬지를 한다면, 나무보다 먼저 네가 죽게 될 것이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꿈에서 깨어난 목수는 혼비백산해서 달아났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살아있는 예천 삼강리 삼강주막 앞의 한 그루 회화나무는 앞으로도 오래 보존해야 할 인문역사적 가치가 높은 나무다.

<예천 삼강리 회화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7-12-23
·보호수 지정 일자 1972. 8. 9.
·나무 종류 회화나무
·나이 200년
·나무 높이 25m
·둘레 3.1m
·소재지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166-1
·위도 36.563372, 경도 128.29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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