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예천 수한리 소나무는 바짝 붙어서 자라는 두 그루의 나무로 마을을 일으킨 선조가 심어 키운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2003년에 보호수로 지정했던 예천 수한리 소나무가 지난 2020년 10월에 경북도 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됐다.

나무의 생김새가 워낙 수려해서 마을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자랑삼았던 소나무다.

수한리 한티마을의 한티재라 불리는 고갯마루에 우뚝 서 있는 예천 수한리 소나무는 얼핏 보면 한 그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그루의 나무가 바투 붙어 서 있는 상태로 자랐다.

마주보고 서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는 상대 나무가 있는 쪽으로는 가지를 뻗어내지 않고 반대쪽으로만 나뭇가지를 뻗었다.

한 그루처럼 보이는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는 뚜렷하다.

나무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햇빛 경쟁에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생존 전략의 결과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락없이 한 그루로 보이는 두 그루의 나무는 2m를 조금 넘게 간격을 벌린 채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굵은 가지를 상대 나무의 반대 방향으로 펼쳤고, 위로 솟아오르면서 더 많은 가지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뻗어냈다.

마치 부챗살 펼치듯 가지를 펼치는 반송처럼 매우 아름다운 모양을 이뤘다.

두 그루의 소나무는 똑같은 높이인 14m까지 자랐고, 가슴높이 둘레는 두 그루 모두 3미터를 살짝 넘는다.

높이나 줄기 둘레로 봐서 그리 큰 나무는 할 수는 없지만, 생김새만큼은 여느 큰 나무 못지않게 매우 수려하다.

한티마을을 상징하는 나무라 해서 ‘한티 소나무’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는 경북도 기념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재조사하면서 수령 6백 년으로 추정했다.

나무의 나이는 줄기 안쪽의 나이테에 정확히 새겨져 오래도록 남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300년 이상 살아온 나무들의 경우 줄기 안쪽이 썩어 텅 비는 공동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나이테 측정은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오래 된 나무의 나이를 측량할 때, 나무를 심은 때의 기록이 있다면 가장 정확한 값을 측정할 수 있지만, 기록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천 수한리 소나무의 경우에도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런 경우, 가장 믿을 만한 수령 측정의 근거는 마을에서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곳 수한리는 650년 전인 고려시대 말기에 충신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던 박공이라는 선비가 일으켰다고 한다.

박공은 이곳 한티재 바로 아래에 사람살이의 터를 닦은 뒤에 국가를 향한 충절의 마음을 이어가자는 다짐으로 마을 어디에서라도 바라다보이는 고갯마루에 세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늘 푸른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소나무의 절개와 충절을 배우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소나무가 일정한 크기로 자란 뒤부터 마을 사람들은 나무가 마을의 정신세계를 지켜주는 수호목이라 믿으며, 해마다 날을 잡아 동제를 올렸다.

그 와중에 박공이 심은 세 그루 중 한 그루는 오십여 년 전에 말라 죽었고, 두 그루만 남았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전해오는 이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무의 나이는 600년으로 추정된 것이다.

한티마을에서는 지금도 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올리면서 입향조의 뜻과 소나무의 푸른 절개를 마을의 상징으로 삼으며 지낸다.

예천 지역을 대표할 만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한, 작지만 큰 나무다.

<예천 수한리 소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03-30-04
·보호수 지정 일자 2003. 12. 29.
·나무 종류 소나무 2그루
·나이 250년
·나무 높이 14m
·둘레 0.8m
·소재지 예천군 감천면 수한리 산24
·위도 36.775881, 경도 128.4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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