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科技누설(38)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의학자 알츠하이머를 모르는 사람은 많을 지 모르지만 치매 알츠하이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그 수가 많아지고 보편화된 질병이라는 의미다.

21세기의 가장 무서운 병으로 ‘천형(天刑)’으로 불리는 치매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올라간다.

원래 치매를 뜻하는 영어 ‘dementia’는 그 어원이 ‘떠나다’, 또는 ‘분리되다’의 de와 마음(mind)을 뜻하는 ‘mentia’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서 정신이 몸에서 떠나버린 질병이라는 단어다. 영혼이 떠나버렸으니 육체는 자기 것이 아니며 누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단어 자체가 치매의 증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영혼이 떠나다”에서 나온 치매 ‘디멘시아’

자신은 물론 상대방이 누구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치매는 환자만이 아니라 가족의 꿈조차 빼앗아 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며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사회가 수명연장으로 인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당국의 의료비용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더구나 병원에 입원한 경우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3~4명의 간호인이 필요할 정도다. 국가의 재정 지출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치매를 단순히 “늙으면 찾아오는 병”이라는 차원을 넘어 최초로 의학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한 사람이 바로 독일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다.

오늘날 치매를 그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로 부르는 것도 바로 그의 체계적인 연구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경병리학자인 알츠하이머는 1901년 프랑크푸르트의 한 정신병자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51세의 한 여성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이름이 아우구스테 데테르(Auguste Deter)인 여성을 돌보면서 이상한 행동을 계속 관찰해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여성 5년동안 유심히 관찰

1906년 치매가 심각해 죽을 때까지 이 여인을 지켜본 알츠하이머는 그녀를 데테르 대신 ‘D 부인(Mrs. D)’라고 불렀다. 그녀가 사망하자 그녀의 진찰 기록과 뇌를 자신이 몸을 담고 있던 뮌헨 대학의 크레펠린(Kraepelin) 연구소로 보냈다.

에밀 크레펠린 교수는 알츠하이머의 스승으로 유명한 정신의학자였다. 심리학과 정신의학 연구의 대가로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근대 정신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여러 종류의 정신질환을 계통적으로 분류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의학의 진단과 개념의 기초를 확립한 의학자다.

알츠하이머는 크레펠린 연구소에서 동료들과 함께 D 부인의 뇌를 부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뇌가 정상인의 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상인의 뇌와 달리 신경세포가 심하게 손상되어 마치 오래된 호두알처럼 많이 쭈그러들어 있었다.

흥미를 느낀 알츠하이머는 뇌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리고는 괴상한 반흔을 발견했다. 노인성 반흔으로 불리는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가 바로 그것이다. 이 반흔은 지금도 치매 여부를 가리는 진단용으로 반드시 필요한 징후다.

이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는 자신의 연구를 정리해서 1906년 11월 논문을 발표했다. 치매에 대한 체계적인 의학적 연구가 처음으로 탄생한 것이다.

스승인 크레펠린은 제자인 알츠하이머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치매라는 병의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 병(AD: Alzheimer’s Disease)’으로 명명했다.

알츠하이머는 그 당시만해도 치매가 흔한 병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유명해질 줄 전혀 몰랐다. 그는 1915년 4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신경병리학자인 알츠하이머는 1901년 프랑크푸르트의 한 정신병자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51세의 아우구스테 데테르(Auguste Deter)라는 여성을 돌보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이론을 세웠다. [사진=Wikipedia]

이제 의학자 알츠하이머를 모르는 사람은 많을 지 모르지만 치매 알츠하이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름도 없는 무명의 알츠하이머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그의 스승 크레펠린이다. 그는 알츠하이머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치매 의론을 대신 확립했다.

제자의 논문을 도용한 스승들의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요즘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치매 사례의 대부분인 60~70%를 차지한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같은 질병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단기 기억과 단어 찾기 어려운 증상의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60~70% 차지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단기 기억 상실과 단어 찾기의 어려움이다. 시각적 공간 기능 문제(자주 길을 잃음), 추론, 판단 및 통찰력의 상실이다. 통찰력은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지 아닌지를 말한다.

알츠하이머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뇌의 부분은 해마이다. 위축(수축)을 보이는 다른 부위로는 측두엽과 두정엽이 있다.

비록 이러한 뇌 수축 패턴이 알츠하이머를 암시하지만, 그것은 가변적이며 뇌 스캔만으로는 진단이 불충분하다.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무감각증과 알츠하이머의 관계는 불분명하다.

알츠하이머병이 생기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 병에 걸린 환자의 뇌 조직은 그 사람이 죽은 후가 되어서야 연구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의 첫 번째 측면 중 하나는 아밀로이드를 생성하는 유전자의 기능 장애로 알려져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Aβ) 펩타이드로 구성된 세포외 노인성 플라크(SP)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hyperphosphorylated tau proteins)에 의해 형성된 세포내 신경섬유 엉킴(NFT)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잘 확립된 두 가지 병리학적 특징이다.

아밀로이드는 뇌의 SP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염증이 너무 많이 쌓이면 통제할 수 없는 뇌의 변화가 일어나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알츠하이머 병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40년전의 일이다. 사람의 수명이 계속 연장되면서 알츠하이머 병 환자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알츠하이머 질병은 늘어가면서 사회적, 그리고 국가의 재정 문제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치매국가책임제를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활발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이 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내걸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들까지도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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