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21세기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화두 중 하나는 아마도 영역 파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이 최고로 잘하는 분야를 석권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는 게 결코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현실을 상기하면 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사례를 구구하게 꼽을 필요도 없다. 애플이 전기 자동차, 테슬라가 스마트폰 사업에 나서려는 현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중국에도 이런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의 절대 지존으로 불리는 샤오미(小米)가 전기 자동차 사업에 이미 뛰어든 사실은 이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그렇다면 완전 상상을 초월하는 영역 파괴에 나선 기업들도 존재해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을 부라리고 찾아보면 하나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업체가 단연 35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약회사 퉁런탕(同仁堂)이 아닌가 보인다. 최근 4차 산업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면서 완전 환골탈태, 일거에 강력한 데카콘(10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퉁런탕이 최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들을 대략 일별만 해도 정말 그런지는 잘 알 수 있다.

베이징 다싱구 소재의 한 퉁런탕 화장품 사업 매장. 다이어트와 미용에 특효약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사진=퉁런탕 홈페이지]

우선 화장품과 건강 보조 식품 사업을 꼽을 수 있다. 피로와 스트레스, 피부 관리에 즉효인 건강용 한약재를 첨가한 제품들로 시장에 진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여성용 마스크 팩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경쟁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기까지 하다. 립스틱의 경우는 최근 유명 여성 연예인들이 애용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용한 베스트셀러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퉁런탕 마스크 팩의 마니아인 지산리(吉珊麗) 씨는 “지금까지 이런 마스크 팩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무려 7가지나 된다는 한약재를 얼굴에 바른다고 생각하니 황후나 공주가 된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충성스런 고객이 될 생각이다. 나 같은 여성들이 주위에 많다. 심지어 남성들도 있다. 한약 라오쯔하오(老字號. 국가가 인정하는 유명 전통 상표)가 시도한 발상의 전환이 성공한 것 같다.”면서 퉁런탕의 변신이 소비자들에게 복음 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베이징 차오양구 퇀제후의 한 퉁런탕 카페. 바리스타들이 한약 지식도 풍부하다.[사진=퉁런탕 홈페이지]

커피 사업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베이징에만 대략 100여개의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체로 회사의 분점이 있는 곳에는 매장이 존재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역시 베이징 다싱(大興)구에 소재한 퉁런탕 건강 사업 사무용 빌딩 로비의 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남성 바리스타들만 10여 명 가까이 일하고 있다. 커피 이름은 역시 퉁런탕이라는 브랜드가 무색하지 않다. 구기자 라테, 계수나무 라테, 개여주나무 아메리카노 등 다양하다. 그러나 맛은 일반 커피와 거의 비슷하다. 약효는 가능하면 억제하면서 커피 향을 100% 살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기도 좋아 근처 회사원들이 많이 애용한다고 베이징르바오(北京日報) 등의 언론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차오양(朝陽)구 퇀제후(團結湖) 인근의 카페는 아예 베이징의 대표적 명소로까지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상당히 매력적인 맛도 그렇기는 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인근 젊음의 거리인 싼리툰(三里屯)의 선남선녀들까지 끌어 모으는 경쟁력의 원천이 아닐까 보인다. 경영진들이 최근 면밀한 시장 조사를 거친 후 퉁런탕 카페를 전국적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현재의 맛과 퉁런탕의 명성이 어우러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도 좋다.

주류 사업도 거론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주로 바이주(白酒. 고량주)와 포도주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고량주의 경우 구기자 등의 한약재를 주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값은 퉁런탕의 명성에 비할 경우 비싸다고 하기 어려운 200 위안(元. 3만8400 원)짜리에서부터 5000 위안 전후의 명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포도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커피의 인기보다는 못하나 향후 주력 사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퉁런탕은 앞으로도 사람이 먹고 마시고 바르거나 하는 분야의 사업은 다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올리브유 사업을 론칭한 것은 이런 야심으로 볼 때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퉁룬탕이 자랑하는 극강 경쟁력의 원천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영역 파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최고(最古)의 기업임에도 4차 산업 혁명의 쓰나미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려는 마인드 역시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국거의 대부분 매장에 약품 무인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사실 하나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역시 다싱구 소재 빌딩의 자판기를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세계에서 최고로 큰 자판기로 무려 9000여 종의 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 온라인 주문 및 배송에도 적극 나서면서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하려는 노력까지 더할 경우 퉁런탕은 세계 최고의 4차 산업 기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현재 상하이(上海) 증시에 상장돼 있는 퉁런탕의 시가총액은 500억 위안 전후를 자랑한다. 엄청난 것 같아도 브랜드 이미지를 따질 경우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이는 비슷한 명성의 브랜드인 바이주 회사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臺)의 시가총액이 무려 2조2500억 위안 전후에 이르는 사실에 비춰 볼 경우 정곡을 찌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퉁런탕이 보이는 행보를 보면 구이저우마오타이를 크게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미래가 밝다는 말이 된다. 한약 업계 최초로 머지않은 장래에 1조 위안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