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이 들려주는 미래 이야기] “미래를 알 수 없는 미래가 온다”(4)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전염성 높은 가축의 급성전염병이다. 치사율은 최대 55%에 이른다. 그러나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백신을 이용한 예방방법을 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이 구제역(口蹄疫 foot-and-mouth disease)은 주로 발굽이 두 개인 소와 돼지 등의 우제류에서 나타난다. 소와 돼지는 우리가 가장 즐겨먹는 고기를 제공하는 가축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World Organization Animal Health)에서는 구제역을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로 지정했다.

USDA
소와 돼지 등 발굽을 가진 가축에서 나타나는 구제역은 A급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일단 발생하면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 돼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사진=미국 USDA]

가축 전염병 구제역으로 돼지 수백만 마리 살처분하기도

전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한 마리가 감염되면 무리 안에 있는 가축 모두에게 급속하게 전염된다. 따라서 감염된 가축과 접촉한 모든 소를 도살하거나 매장해 살처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은 1943년에 처음 발생했다.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혔다. 다음해인 2001년에는 영국에서 발생하여 유럽, 동남아, 남미 등지로 번졌다.

2011년 한국에서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무려 300만 마리의 가축이 매장되었을 정도다.

이로 인해 고기 값을 비롯한 관련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었다. 구제역 피해는 가축 농가에서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번져 나갔다.

그렇다면 이런 구제역 공포에서 벗어나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의 과학자들은 배양육(cultured meat)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배양육은 산삼주스를 배양하여 팔듯이 맛있는 소의 근육세포를 탯줄에서 떼어내 줄기세포와 섞어서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것이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011년 이후 미국의 NASA는 우주선에서 칠면조 고기를 배양해서 우주비행사들에게 먹이고 있다.

배양육은 구제역과 같은 가축전염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으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축으로 인한 한경오염 및 물절약에도 기여

예를 들어 감자 1킬로그램을 경작하는 데 물이 1000리터가 필요한 반면 고기 1킬로그램에는 100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를 죽이지 않고 소고기를 실컷 먹는 일은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입증되었다. 소를 농장에서 사육해 고기를 얻는 대신, 실험실에서 쇠고기를 배양해 먹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의 생리학자 마크포스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학술대회에서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쇠고기를 연구발표와 함께 직접 선을 보였다.

이 연구팀은 골프 공 크기만큼의 소량만을 배양했는데 이미 햄버거를 요리할 수 있는 크기의 인조 쇠고기가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용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우선 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 접시에서 키우면서 적절한 조건을 줘 근육세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생명체의 모든 종류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다. 조건에 따라 근육세포나 뼈 세포, 지방세포 등 다양한 세포로 자라난다.

그 다음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영양소를 주입해 근육세포를 고깃덩어리로 키운다. 농장에서는 좋은 육질을 위해 소를 적당히 운동시킨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가축의 일부분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 인조고기의 배양육이 가축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위키피디아] 

줄기세포 이용해 맛있는 근육 부분 만을 배양해 만들 수 있어

실험실에서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진짜 고기 같은 질감을 살리고 더 많은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해 근육세포에 전기 자극을 줬다.

전기 자극을 받으면 세포가 수축하면서 쫄깃하게 된다. 지방 줄기세포도 별도로 배양해 근육세포에 섞었다.

이러한 인조고기 생산에는 연구비 약 20만 파운드(약 3억5700만원)가 들었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소의 사육 두수(頭數)를 줄이기를 바라는 한 개인 독지가의 30만 달러 지원으로 6년 동안 진행됐다.

가축의 방귀나 트림에 섞인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5~24%에 이른다. 자연 상태에서 소나 돼지가 풀과 곡류를 섭취해 만든 영양소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은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험실에서는 이를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동물을 도살해야 하기 때문에 동물 보호주의자와 채식주의자들도 실험실 고기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진행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재래식으로 키워 생산하는 가축의 고기와 비교해 시험관에서 배양된 고기는 온실가스 방출을 96% 줄일 수 있으며, 게다가 물 사용량도 96퍼센트나 절감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단연코 축산은 지속적인 글로벌 재앙”이라고 지적하면서 “축산업은 믿기 힘들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며 수천 년간 근본적인 것이 변하지 않은 비효율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줄기세포의 과학이 10만년 넘게 지속돼 온 인류의 농업문화 패턴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를 바로 코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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