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봉화 가평리 계서당 소나무는 계서당 언덕에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봉화 가평리 계서당 소나무는 고택 뒷동산 언덕에 500년 넘게 서 있는 나무다.

나무의 높이는 10m, 가슴높이 둘레는 1.7m 정도이며 가지가 펼쳐진 폭은 7m 정도 된다.

아주 큰 나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형태가 매우 특이하다.

굵은 줄기가 땅에서 올라오면서부터 곧바로 고택 쪽을 향해 낮게 뻗었는데, 굽어진 부분 없이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뻗어 나갔다.

줄기 중간 부분에는 가지가 없고 끝부분에서만 여러 개의 가지가 뻗어 나왔다.

마치 곧게 뻗어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진 것처럼 보인다.

휘어진 줄기가 부러지거나 넘어가지 않도록 줄기 끝부분에 받침대를 놓아 보호하고 있다.

나무가 서 있는 언덕 아래에는 국가민속문화재 제171호로 지정된 고택 ‘가평리 계서당(佳坪里 溪西堂)’이 있다.

솔숲 동산 아래에 자리 잡은 계서당은 조선 중기의 문신 계서(溪西) 성이성(成以性:1595~1664)이 조선 광해군 5년인 1613년에 지은 살림집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계서당을 짓고 살았던 성이성은 광해군 시절에 남원부사를 지낸 성안의(成安義:1561~1629)의 셋째 아들이며, 성안의는 선조 때 이 지역에 들어와 살았다.

성안의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창녕지역에서 활동했으며 나중에 이조판서(吏曹判書)로 추증되었다.

성이성은 정경세(鄭經世)의 문하에서 학문의 기틀을 닦고 일찌감치 과거에 급제했다.

인조 때에 이르러 정언에 임명되고 나중에는 부교리, 지평, 사간 등을 거쳤는데, 바른말을 많이 해서 주위의 견제가 심했지만 왕이 신뢰하는 신하였다고 한다.

성이성은 진주부사를 비롯해 여섯 고을의 수령을 지냈고 어사(御使)로 세 번이나 등용되었으며 청백리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가 담양부사를 지낼 때는 담양천이 넘쳐 홍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둑을 높이 쌓고 그 둑을 보호하는 숲을 가꾸어 백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때 조성한 숲이 바로 지금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 보호하는 담양(潭陽)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담양 관방제림은 백 그루가 넘는 푸조나무, 열여덟 그루의 팽나무, 아홉 그루의 벚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등 모두 420여 그루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 숲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최근 성이성이 판소리 『춘향가』에 등장하는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성이성과 이몽룡의 상당한 공통점 때문이다.

성이성의 고손자인 성섭(成涉)이 남긴 교와문고(僑窩文藁)에 성이성이 어사출또 하는 장면이 기술되어 있는데, 춘향가의 어사출또 장면과 상당히 비슷하다.

또한 춘향가에서 이몽룡은 아버지가 남원부사를 지내는 동안 춘향과 만나게 되는데, 성이성의 아버지 성안의도 남원부사를 지냈다.

춘향의 성씨가 ‘성(成)’인 것도 성이성의 영향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있다. 

성이성이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라는 주장이 알려지며 봉화군에서는 성이성과 관련된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봉화 물야면의 ‘이몽룡 생가’가 그것이다.

성이성은 모든 벼슬을 내려놓은 말년에 다시 계서당으로 돌아와 살다가 일흔 살에 세상을 떠났다.

성이성의 묘는 봉화 물야면에서 멀지 않은 영주 이산면 신암리에 있다.

봉화 가평리 계서당 소나무를 보려면 계서당 대문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돌아 뒷동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현재 계서당에는 성이성의 13대 종손 성기호 씨가 거주한다.

<봉화 가평리 계서당 소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08-31-1
·보호수 지정 일자 2008. 9. 8.
·나무 종류 소나무
·나이 500년
·나무 높이 10m
·둘레 1.67m
·소재지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 산23
·위도 36.949717, 경도 128.733823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