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봉화 남면리 돌배나무와 굴참나무와 소나무는 마을과 당숲을 지키는 당산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봉화 남면리 돌배나무, 굴참나무(보호수 지정 번호 11-29-7-1), 소나무(보호수 지정 번호 11-29-7-2)는 남면리 이름실마을에 있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각각 다른 보호수 번호를 받았다.

보호수 세 그루는 이름실마을 당숲에 있는 마을의 당산나무다.

보호수로 세 그루 가운데 가장 듬직해 보이는 나무는 보호수 기록에는 배나무로 돼 있지만, 정확히는 돌배나무다.

‘배나무’라는 단어는 돌배나무, 산돌배나무, 참배나무, 백운배나무, 문배나무, 청실배나무 등 배나무 종류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종 배나무인 돌배나무를 많이 심어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열매가 큰 개량 품종들에 밀려 토종 배를 찾기 어렵게 되었고, 돌배나무도 마을에서 많이 볼 수 없게 됐다.

남면리 돌배나무는 수령이 150년쯤 됐다.

당숲 가장자리에 서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곧게 선 줄기가 늠름해 보이고 수형이 아름다워 도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슴높이 둘레는 2m를 살짝 넘어서 그리 굵다고 할 수 없지만, 나무의 높이는 20m에 이른다.

나이에 비해 매우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봉화 남면리 굴참나무.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당숲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또 다른 나무도 보호수 기록에 참나무라고 되어있는데, 굴참나무로 고치는 것이 좋다.

배나무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참나무’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 도토리를 맺는 나무들 전체를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식물분류학에서 ‘참나무’는 목(目), 과(科), 속(屬)의 이름이기는 하지만, 종(種)의 이름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다는 이야기다.

당숲의 나무를 식물분류학에 따라 정확하게 표기하면 참나무목 참나무과 참나무속 굴참나무다.

이름실 마을의 당숲에는 종이 다른 참나무들도 있어서 더욱 정확한 기록이 아쉽다.

남면리 굴참나무는 이름실마을 당숲에서 가장 큰 나무로 높이가 28m나 된다.

봉화 남면리 소나무.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봉화 남면리 소나무.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돌배나무와 굴참나무 옆에 비스듬하게 서 있는 소나무도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다.

보호수 세 그루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크기는 가장 작다.

수령이 260년쯤 됐지만, 높이는 10m 정도 되고 둘레는 2m가 채 되지 않는다.

보호수 세 그루는 모두 둘레와 비교해 키가 크다.

나무들이 바짝 붙어서 숲을 이루면서 나무들이 햇빛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결과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대부분 이런 형태가 된다.

이름실마을 당숲에는 느티나무, 신나무, 산사나무 등 여러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중에서도 보호수인 돌배나무, 굴참나무, 소나무는 단연 돋보인다.

당숲 한가운데에는 당집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당숲의 당집 앞에 모여 당산제를 올린다.

당집은 2005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당집 안에는 나무로 만든 신위가 놓여있고 ‘남면리인금성황신위(南面里仁今城隍神位)’라고 적혀 있다.

이름실마을의 당산제는 격식을 갖추고 정성을 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에서는 당산제를 올리기 위해 정월 이렛날에 마을 사람이 모여 흉사 없이 깨끗한 사람으로 당주 1명, 제관 2명을 뽑는다.

당주와 제관은 당산제를 지낼 때까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당주의 집에서부터 제당까지 황토를 뿌리고, 당주, 제관의 집과 제당에 금색을 친다.

당주와 제관이 제물을 지고 제당에 도착하면 닭을 잡아 그 피를 당 주위에 뿌린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진 당산제 의식 중 하나다.

잡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하는 것으로 ‘부정맥’이라고 부른다.

잡은 닭은 생으로 제에 올린다.

제관은 잔을 올리며 예를 올리고 축문을 낭독한 뒤, 소지를 올리며 고사를 마친다.

당산제를 마친 뒤 마을 사람들은 돌배나무, 소나무, 굴참나무가 어우러진 당숲에 둘러앉아 음복하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소박한 잔치를 벌인다.

봉화 남면리는 옛날에 봉화에서 안동을 잇는 길목이었다.

그 시절에는 이 길로 지나다니는 장사꾼이 많았고 장사꾼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도 많았다고 한다.

도둑이 이 마을에 들어와 산 적이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놔두지 않고 냉대하여 도둑이 마을을 나가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반대로 도둑을 마을에 살게 해주었다는 따뜻한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지명의 유래와도 연결된다.

마을에 살던 한 덕망 있는 선비가 마을에 숨어든 도둑을 마을에 머물게 하고 교화해 개과천선 시켰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마을은 도둑까지도 품어주는 어진 계곡, 어진 마을이라 하여 인곡(仁谷) 또는 인금(仁今)이라 했으며, 나중에 이림곡(伊林谷)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에 현재의 ‘이름실’이 되었다고 한다.

<봉화 남면리 돌배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9-7-5-1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돌배나무
·나이 150년
·나무 높이 20m
·둘레 2.1m
·소재지 봉화군 재산면 남면리 698
·위도 36.786563, 경도 128.9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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