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일 그룹 총수·경제단체장과 회동...文 정부와 다른 행보
규제개혁 기대감 커져..."일회성 아닌 시스템적 개혁 필요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식에 이어 만찬에서도 재계 인사들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친기업 정책'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경제 분야 국정 목표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선정한데 이어 재계와의 스킨십에 적극 나서면서 새 정부 출범으로 기업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친노조 성향이 강했던 문재인 정부와 대비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 재계, 尹 정부 '핵심 파트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식이 있던 10일 오후, 마지막 공식 행사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귀빈 만찬을 열고 축하사절단과 정·재계 인사 160여명을 초청했다.

중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는데, 총수들이 취임식에 이어 만찬에 초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찬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과 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중견기업연합회 최진식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주요 기업인들과 만난 것은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 빠른 편에 속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취임 당일 저녁 만찬 행사를 생략했다. 총수들과 대면한 시점도 취임 후 약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매년 경제계가 주최하는 신년 하례회에도 불참하며 재계와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미래 먹거리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정책과 직결된 사안이 아닌 이상 재계가 정부와 스킨십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각종 규제가 신설되기도 했다.

때문에 새 정부가 이번 만찬을 통해 '이전 정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경제 성장을 위한 '파트너'로 본 것이라는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가 하나된 경제안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첨단기술 공급망 복원 등 글로벌 현안에서 실천적인 협력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재계 총수들은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 모였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두 번째 줄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규제완화 기대감 솔솔..."일회성 그치지 말아야"

재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강조해온 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본격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민간주도 성장이 핵심 목표로 꼽혔다.

윤 정부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첨단 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산업 관련 규제완화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에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주요 먹거리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정부는 또 수요에 따라 인재 양성도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물가와 환율, 공급망 차질 등 단기적인 위기 요인을 극복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국가·사회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뤄달라"며 "구조적 저성장 추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와 노동, 공공, 교육 등 각종 개혁과제의 해결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미래 먹거리 발굴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혁파 등 경제 활성화 정책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만큼 규제 개혁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최근 '2022 규제개혁 체감도' 분석을 통해 "통상적으로 정권 초에는 규제 개혁을 적극 추진하다가도 정권 말로 갈수록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일회성 규제 개혁보다는 시스템적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10일 대통령 초청만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한편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기업들이 투자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SK그룹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 또한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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