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건강보험 당국과 각 보건의료 단체 간 '내년 수가' 논의
지난해 협상서 평균 2.09% 인상...수가 오르면 건보료 인상 불가피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건강보험료는 어느 가정이나 늘 부담이다. 특히 은퇴 후 직장에서 내던 건보료보다 높게 책정된 고지서를 받아들고 지역 건보공단을 찾아가 보험료 내역에 대해 따지거나 문의했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만난다.

대다수 국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 새 정부가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내년도 건보료를 동결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올린다 하더라도 소폭이기를 바라고 있다.

건보료 결정을 앞두고 내년도 요양급여 비용 수가를 결정하기 위한 의료계 협상에 시선이 쏠린다. 이달 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수가 협상 결과가 건보료 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의료계와의 협상은 건강보험 당국과 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간호사협회 등 각 보건의료 단체가 마주 앉아 내년 수가(酬價·의료서비스 가격)를 논의하는 과정이다. 협상은 이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수가는 의사협회 등 의료 공급 단체들이 국민들에게 제공한 보건의료 서비스 대가를 건강보험공단이 대신 지불하는 요양급여 비용이다. 수가 계약 체결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달 31일 이전에 이뤄진다.

만일 이번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서비스 공급자, 정부 대표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6월 말까지 수가를 정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협상에서는 올해 수가를 동네의원 3.0%, 치과 2.2%, 병원 1.4%, 한의원 3.1%, 약국 3.6%, 조산원 4.1%, 보건기관(보건소) 2.8% 각각 올렸다. 평균 2.09%의 인상률이다.

수가 협상은 내년 건강보험료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요양급여 수가(비용)를 지불하기 때문에 협상에서 내년 수가가 오르게 되면 건강보험료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율은 건정심에서 가입자·공급자·공익 대표자 위원 간 이견 조율 후 투표로 정한다.

건강보험료율은 최근 10년 동안 2017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올랐다. 2012년 2.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 등 1% 안팎의 인상율을 보였다.

이어 2017년 동결된 이후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 최근 4년간 2∼3%대의 인상율을 보이다 2022년 1.89%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당기 수지는 2조822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누적 적립금도 20조241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의료이용이 정상으로 돌아와 재정지출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반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공제를 확대하고, 실거주 주택 대출금을 지역건보료 계산에서 빼주면 보험료 수입액이 감소해 건보재정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의료계 안팎에서는 건보재정 부실 우려로 내년 건보료 동결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그동안 감염 걱정으로 병원 방문을 꺼렸던 사람들의 의료이용이 늘면 요양 급여비 지출은 느는데, 올 하반기 건보료 2단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깎아주면 재정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정안정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건보료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물가와 금리 인상 이중고를 겪으며 상실감이 깊어진 서민들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보료를 동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건강보험 당국과 각 보건의료 단체의 수가 협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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