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손죽도 앞바다의 붉바리 낚시

붉바리. 좀 작은 녀석이다.
붉바리. 좀 작은 녀석이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서해에서 외수질 채비로 농어, 민어, 우럭 등이 유행하면서, 남해에서도 포인트를 잘 아는 배들은 5월부터 7월 정도까지 고급어종인 붉바리와 민어를 주대상어로 하는 낚시를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고흥, 완도, 거금도, 여수 등지에서 해왔던 낚시였지만, 활새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배에 장착하면서 외수질이란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해 인천부터 남해 전지역에 이르기까지 활새우를 미끼로 사용하여 낚시하는 형태의 모든 낚시를 외수질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남해 외수질 낚시는 5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주대상어는 붉바리와 민어라고는 하지만 실제 민어나 붉바리보다 붉은쏨뱅이가 많이 잡힌다.

5월 13일(4물) 낚시하기 위해 그 전날 저녁 9시 부천 상동에서 버스를 타고 여수로 출발한다. 여수까지 운전은 무리. 버스를 이용해 남해로 출조하는 꾼들이 많이 늘어났다. 여수 외수질낚시 이용금액은 버스비 포함 21만원이다. 선비가 14만원, 버스비가 7만원이다. 선비에는 활새우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여수 국동항에 도착, 3시 30분경 출항한다, 타고가는 배는 여수 오션스타1호. 갈칫배라 넓고 간격이 넓어서 좋다. 두 시간쯤 항해를 해서 고흥반도 남쪽 손죽도 부근 해상에서 낚시가 시작된다. 수심은 12미터 정도. 이날 종일, 수심은 10미터에서 30미터 정도였다. 붉바리 낚시는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않은 곳에서 한다.

첫 입수부터 여기저기서 고기가 올라온다. 대부분 붉은쏨뱅이다. 쏨뱅이도 가끔 올라온다. 대부분의 낚시꾼들도 붉은쏨뱅이와 쏨뱅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붉은쏨뱅이는 몸 전체가 붉은색을 띠고, 크기는 50센티 정도까지 자란다. 쏨뱅이는 검은 빛이 좀더 돌고 30센티 이상은 잘 볼 수 없다. 붉은쏨뱅이는 회맛도 좋거니와 매운탕도 환상적이다. 하지만 붉바리를 노리기에 붉은쏨뱅이는 잡어 취급을 받는다.

오션스타1호 선실 뒤에는 카페가 있어, 커피머신에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간단한 과자류, 컵라면, 만두와 같은 냉동식품도 먹을 수 있다. 물론 무료다.
오션스타1호 선실 뒤에는 카페가 있어, 커피머신에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간단한 과자류, 컵라면, 만두와 같은 냉동식품도 먹을 수 있다. 물론 무료다.

붉바리는 자바리(다금바리), 돌돔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고급어종이다. 1kg이상 살아있는 횟감용 붉바리의 경우 20만원 이하로는 살 수 없다. 제주에서는 다금바리보다 비쌀 때가 있다.

그래도 돈으로 따지면 낚시하는 거보다 사 먹는 게 낫다. 어떤 낚시꾼도 자기가 들인 총경비보다 더 많은 돈에 해당하는 고기를 잡지 못한다. 잡는다하더라도 환금을 하지 않기에 돈으로서의 값어치는 없다. 잡은 고기로 환금을 하면 그는 더 이상 낚시꾼이 아니라 어부다. 대신 낚시꾼이 잡은 고기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무한의 값어치가 있다. 사실은 없거나 미미하지만, 낚시꾼은 무한의 값어치가 있다는 환상에 사로 잡혀 낚시를 한다. 그게 낚시다.

손죽도. 경치가 좋다. 바로 옆에 있는 소거문도로 배는 이동한다. 왜 소거문도라 이름을 붙여 놓았는지 알겠다. 거문도 등대 지역처럼 기암절벽에 경치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붉은쏨뱅이가 간간히 올라온다.

붉바리 외수질 낚시의 요령은 외외로 간단하다.

새우를 잘 끼워 선장의 신호에 따라 입수하고,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한 바퀴에서 두 바퀴 정도 감고 기다린다. 10초 이상 입질이 없으면 바닥을 확인한다. 입질이 와서 확실히 후킹이 되면 그때 챔질한다. 따라락 하다가 미끼만 따먹고 가는 경우가 많다. 바닥이 험해 밑걸림이 생길 때도 많다.

여러 번 포인트를 옮긴다. 여기저기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포인트마다 한두 마리 4짜 초입을 비롯한 붉바리가 올라온다. 나에게는 붉은쏨뱅이만 올라온다. 그러다가 소거문도 어느 포인트에서 훅 가져가는 입질이 온다. 반사적으로 챔질을 하니 낚싯대가 후두둑거린다. 붉은쏨뱅이와는 분명히 다른 손맛이다. 올라오니 붉은 어체가 보인다. 붉바리다. 드디어 붉바리를 난생 처음 한 수 한다. 귀한고기니 뜰채를 대지 않을수 없다. 우럭과 노래미 손맛을 섞어 놓은듯한 손맛이다. 연속적으로 처박는 손맛이다. 양태(장대)와도 흡사한 손맛이다.

그렇게 붉바리를 한 수 하고 대형 볼락도 한 마리 잡는다. 붉바리 한 마리 잡았으니, 오늘 낚시는 성공이다.

손죽도, 소거문도를 거쳐 광도로 간다. 사람이 사는 집이 벼랑 위에 서너 채 있다. 손죽도도 광도도 보통 사람이 살기에는 지나치게 외롭게 보인다. 그러나 낚시꾼이라면 지나치게 황홀할 거다. 집에서 5분 거리의 바다에 붉바리가, 붉은쏨뱅이가 산다. 낚시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광도 부근에서 큰 입질이 들어온다. 아, 붉바리다, 하고 올렸더니 대형 양태다. 이 녀석도 잘 손질하면 썩 맛이 좋은 반찬거리다.

이윽고 2시가 되니, 선장은 철수하자고 한다. 좀 일찍 철수하는 셈이다. 내일이 일요일이고 한치가 막 나오니 밤낚시 한치 낚시꾼을 태울 예정이란다. 연속 두 탕을 뛰는 셈이다. 서울까지 가야 하니 좀 일찍 철수하는 게 좋기는 하다. 1시간쯤 일찍 나오기도 했다. 4시경에 여수국동항 도착.

이날 배 전체에서 붉바리 24마리, 혹돔 1마리, 점농어 1마리가 올라왔다. 그 외 모두 평균적으로 10마리 정도의 붉은쏨뱅이를 잡았다. 붉바리는 6월 7월이 되면 씨알도 커지고 개체도 더 많아진다고 한다. 이 정도의 조과면 크기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첫 출조에서 실망할 정도의 조과는 아니다.

붉은쏨뱅이와 잡어를 제외한 붉바리 조과. 붉바리만을 골라 잡을 순 없지만, 더 잘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채비를 띄우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붉은쏨뱅이 조과가 없어진다.
붉은쏨뱅이와 잡어를 제외한 붉바리 조과. 붉바리만을 골라 잡을 순 없지만, 더 잘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채비를 띄우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붉은쏨뱅이 조과가 없어진다.

외수질 낚시의 관건은 싱싱한 새우를 잘 끼워 미끼가 꼬여서 돌지 않게 하면서 오래도록 살아 있도록 하는 거다. 새우가 돌지 않게 하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채비. 남해 여수 채비는 거의 채비가 꼬이거나 돌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가짓줄이 나오는 8자 도래를 슬리브에 연결하게끔 해두었기 때문이다. (개념도 참조)

남해 여수식 외수질 채비.
남해 여수식 외수질 채비. 중간 슬리브는 압착하지 않아야 한다. 중간 슬리브를 넣고 뱅뱅 돌게 하는 게 여수식 채비의 핵심

둘째 바늘. 바늘이 달린 목줄에 찌멈춤고무를 하나 끼워 놓으면 미끼가 돌지 않는다. 물리학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거기까지는 설명할 수 없다.(물리학 전공의 낚시꾼이 풀어주기 바란다)

셋째 미끼끼우기. 새우를 잘 달아서 무게 중심을 맞추어야 한다. 미끼가 도는 이유는 바늘을 중앙으로 두고 좌우의 무게 중심과 물속의 저항이 달라서다. 새우의 경우 정확히 좌우 대칭이므로, 중간만 잘 찾아 끼운다면 훨씬 효과적이다.(상하 무게 중심이 다르기 때문에 돌긴 돈다.)

외수질 낚시를 잘하기 위해서는 돌지 않는 싱싱한 미끼가 많은 시간 동안 입수해 있어야 한다. 남들이 고기를 잡는 시간에 줄이 걸려 채비를 하고 있다거나, 설혹 채비가 물속에 있다 하더라도 계속 도는 상태라면 입질을 받을 수가 없다. 물속에 미끼가 투하되면 조류를 타고 새우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야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원줄은 합사 2호에서 3호가 적당하다. 봉돌은 이날 40호를 종일 사용했다. 바늘은 20개 이상 준비하는 게 좋다. 5시 경에 서울로 출발. 붉바리와수질 낚시는 5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7월까지 이어진다. 6월, 7월이 전성기. 

상단은 볼락회, 중간은 붉은쏨뱅이, 하단은 붉바리. 붉바리 껍질도 데치면 별미다.
상단은 볼락회, 중간은 붉은쏨뱅이, 하단은 붉바리. 붉바리 껍질도 데치면 별미다.

다음날 미리 포를 떠놓아 숙성시킨 붉바리 회를 먹는다. 대형 붉은솜뱅이 회맛과 흡사하지만 그것보다 좀더 쫀득하다. 투명하고 맑은 맛이면서 식감도 좋다. 하지만 작은 녀석이라 기름기도 적고, 쫄깃함도 덜하다. 좀더 큰 개체라면 맛이 훨씬 풍부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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