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 출신 연구원 2명·협력사 2명 구속기소
이산화탄소 사용으로 반도체 불량률 낮춘 '초임계 세정장비' 유출 혐의

초임계 세정 장비는 이산화탄소로 반도체 기판을 세정해 불량률을 최소화할 때 쓰인다. [사진=셔터스톡 발행 사진 갈무리/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넘긴 정황히 드러난 세메스 출신 연구원 등 일당이 구속기소됐다.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 자회사다.

유출된 기술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 장비다.

반도체 기술 유출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와 함께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이춘 부장)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로 세메스 전 연구원 두 명과 부품 협력사 직원 두 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메스가 2018년경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 장비 제조 기술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당시 중국 소재 연구소와 접촉해 삼성에만 납품하던 초임계 세정 장비를 똑같이 만들어줄 수 있다며 수억원의 계약금을 받아냈다.

개발과 동시에 기술 유출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회사를 설립한 뒤 협력사 직원을 꼬드겨 부품을 납품받아 장비를 제조해 중국에 넘긴 정확도 파악됐다. 이들은 협력사 직원에게 국내보다 약 3배 높은 부품 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술을 빼낸 것을 넘어, 국가 자산이 동의 없이 중국에 넘어갔다는 점에 주목된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지난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최첨단 장비로, 현재 국내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최신 공정에 투입되고 있다.

고온·고압으로 액화 이산화탄소를 초임계 상태로 만든 뒤, 초기 공정 작업에서 웨이퍼(반도체 기판) 등을 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세정 작업에서 쓰이던 초순수 상태의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반도체 회로 훼손을 줄이고 제품 완성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이 장비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초격차 행보를 유지할 기술로 꼽혀왔다. 특히 초미세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교한 세정 작업이 가능한 초임계 장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만큼 보안도 철저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세메스는 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전직을 금지하는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술 유출에 대한 비판은 당분간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는 단순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 또한 반도체를 미래전략산업으로 꼽고 설비투자와 인센티브 등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 또한 미국산 반도체를 수출할 때 국가 안보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원천 기술 보안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도 기술 내재화를 앞세우며 반도체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직접 개입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번 사건을 통해 세계 경쟁 속 우리 기술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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