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패러다임 대전환 선도...전기차 라인 증설·차세대 플랫폼 개발
로보틱스·미래항공 등에 공격적 투자...내연기관에도 38조원 투입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로봇개 스팟과 무대에 오르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해 한국을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육성한다.

투자금은 ▲전동화 및 친환경 ▲신기술 및 신사업 ▲기존 사업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국내 투자 계획은 대미 투자 발표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국내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 전기차 공장 짓고, 전용라인 증설하고

24일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그룹 3사는 향후 4년 동안 63조원을 국내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다른 그룹사(자동차 부품·철강·건설)의 계획까지 합해지면 그룹의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그룹은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와 친환경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총 1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전체 투자 중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금은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데 쓰인다.

세부적으로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한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을 증설하고, 핵심 부품과 고성능 전동화 제품을 개발하거나 연구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해 차세대 플랫폼 확대에도 집중한다. 2025년에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하에 개발된 승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PBV 전용 플랫폼 'eS'를 선보인다.

또한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외부 협력을 통해 2025년까지 국내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구축한다.

친환경과 연계한 사업도 새로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UBESS'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국내 최초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세운다. 2025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사진=현대차그룹]

◇ 미래 먹거리 조기 확보 '속도전'

그룹은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8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사업으로는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이 꼽혔다.

먼저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과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기술과 모델을 개발한다. 로보틱스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사업화하기 위한 실증 사업에도 나선다.

AAM 분야에서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지역항공모빌리티(RAM) 기체 개발과 핵심 기술 내재화, 인프라 조성,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에 집중한다.

커넥티비티 분야의 경우 차량 제어기술 무선 업데이트(OTA)와 제어기 통합, 서버 음성 인식, 위치 기반 개인화 서비스 강화 등 미래 스마트카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차량 제어기와 라이다, 카메라 등 센서를 비롯해 비상 상황을 대비한 '리던던시(이중안전기술)' 시스템을 개발한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는 PBV·로보트럭·셔틀 모델과 실물 개발을 추진하고, AI 분야에서 다양한 미래 신사업을 뒷받침할 소프트웨어 기술을 내재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하고, 로보틱스 기술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진=현대차그룹]

◇ "내연기관, 전동화 전환 가교 역할"

기존 사업에는 38조원이 투입된다.

2025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내연기관 차량 고객들의 상품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투자금은 현대차와 기아의 내연기관 제품 라인업을 최적화하는 데 쓰인다. 현대모비스는 내연기관 차량에 적용되는 부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한다.

3사는 장비 및 설비 증설, 생산라인 효율화와 같이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늘리고, 생산과 판매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투자는 전동화 차량 대비 구매 부담이 적은 내연기관 차량을 원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연관 부품사들에게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래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한 수익성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그룹은 국내 투자 계획까지 구체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그룹은 미국에 2025년까지 105억달러(약 1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했다. 투자금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투자를 집중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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