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봉화 애당리 음나무는 사람의 발길이 뜸한 애당리 골짜기 깊은 곳에 서 있다.

수령이 230년 쯤 됐고, 높이가 25m, 가슴높이 둘레가 3m를 넘는 큰 나무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과 달리 줄기가 위로 곧고 미끈하게 뻗은 아름다운 수형의 나무여서 풍경을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

애당리 음나무는 주변에서 가장 크고 가장 나이 많은 나무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빼어난 수형과 압도적인 분위기 덕분에 마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신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애당리 음나무가 있는 춘양면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로 꼽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춘양면 소재지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5대 사고(史庫) 중 하나인 태백산사고지(太白山史庫址)와 유명한 각화사(覺華寺)가 있는 북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다 각화사 입구를 조금 지나면 애당리 보건진료소 앞이 나온다.

여기서 연결되어 ‘석문오토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계곡의 좁은 도로를 2km 남짓 따라 들어가면 도로변 애당리 마을 어귀에 듬직하게 쌓은 축대가 보이고 그 위에 당숲이 눈에 들어온다.

이 당숲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나무가 바로 애당리 음나무다. 

애당리 음나무는 느티나무들로 둘러싸인 당숲에서 단연 돋보인다.

당숲 가운데에는 당집이 있고 당집 앞에는 마을 동제(洞祭) 때 중심이 되는 석물도 놓여있다.

마을 사람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정자도 한 채 세워져 있다.

옛날부터 음나무는 잡귀, 잡신을 막아주는 수호목으로 여겨졌다.

음나무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새로 나는 가지에 가시가 촘촘히 돋아있다는 것이다.

새로 나는 잎과 가지가 초식동물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 까닭이다.

음나무가 자신이 새로 만들어내는 잎과 가지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만드는 것이다.

음나무 새순은 초식동물뿐 아니라 사람들도 봄철의 별미로 좋아하는 먹을거리다.

바로 ‘개두릅’이다.

닭백숙을 고아낼 때 음나무의 어린 가지를 함께 넣기도 하는데 그렇게 만든 게 ‘음나무 백숙’이다.

보통 백숙보다 풍미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음나무는 영남지방의 발음에서 모음 ‘ㅡ’와 ‘ㅓ’의 구분이 불분명해서 ‘엄나무’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정확한 명칭은 음나무가 맞다.

민간에서는 음나무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귀신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귀신들은 넓은 치마나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담을 넘어 들어오는데, 담장 가까이에 음나무가 있으면 담을 뛰어넘던 귀신들의 옷자락이 음나무 가시에 걸리게 되고 이에 귀신들이 놀라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 믿음 때문에 옛사람들은 집 마당에 음나무를 심어 키우기도 했고 음나무 가지를 구해 대청 위에 걸어두기도 했다.

이처럼 벽사(辟邪)의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던 나무이다 보니, 음나무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면 대부분 마을의 당산나무가 되었다.

귀신들이 무서워한다는 음나무만큼 당산나무로 적합한 나무도 없을 것이다.

음나무의 특징 중 하나가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촘촘히 나는 것이지만, 애당리 음나무의 줄기와 가지에는 가시가 없다.

이미 나무가 커져 새로 나는 잎과 가지가 초식동물이 먹을 수 없는 높이에 있어서다.

나무가 굳이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가시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봉화 춘양면 애당리는 오지여서 사람의 발길이 드문 편이지만, 인근에 봉화 서벽리 금강소나무 숲, 새로 설립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각화사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봉화 애당리 음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9-5-1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음나무
·나이 230년
·나무 높이 25m
·둘레 3.2m
·소재지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496
·위도 37.002679, 경도 128.87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