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봉화 의양리 한수정 느티나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옛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하는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봉화 의양리 느티나무는 한수정(寒水亭)이라는 아름다운 정자 곁에 있다.

이 느티나무의 수령은 보호수 표지석에 290년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한수정을 중건한 1741년 즈음에 심은 나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양리 느티나무의 나이는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 추정된다.

나무의 위치가 그 중요한 근거다.

느티나무가 한수정의 기와를 올린 돌담을 끊어내고 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수정을 중건한 1741년 즈음에도 느티나무가 이미 큰 나무였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수령을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다른 느티나무들과 비교해 추정해보면, 적어도 350살이 넘은 것으로 보인다.

한수정의 마당 안쪽 연못 주변에는 크게 잘 자란 느티나무 세 그루와 소나무 네 그루가 있고, 대문 앞쪽의 마당에도 여러 그루의 단풍나무, 산수유, 소나무, 느티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 한가운데에 의양리 느티나무가 있어서 숲 바깥에서는 느티나무의 존재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한수정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아야 비로소 느티나무의 위용이 제대로 드러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의양리 느티나무의 위로 솟은 줄기는 5m쯤 높이에서 뭉툭하게 잘려나갔다.

아마도 오래전에 원래의 줄기가 부러지고 그 곁에 있던 가지들이 몸피를 키워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의양리 느티나무 줄기 여기저기에는 제법 큰 상처들이 보인다.

줄기 아래쪽에 동공을 메운 흔적의 크기가 전체 줄기의 절반 이상이나 된다.

하지만 느티나무는 여전히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

느티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웬만한 상처를 입고도 대부분 잘 살아간다. 

경북 봉화의 유학자로는 조선 중기의 충재(冲齋) 권벌(權橃:1478~1548)이 첫손에 꼽히는 거물이다.

권벌은 봉화 유곡마을에 터를 잡고 살면서 지역에 큰 영향을 끼쳤다.

권벌은 지역의 의미 있는 건축물 몇 개와도 관계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의양리 느티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정자, 한수정이다.

한수정은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을 담고 있는 명소다.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47호였다가 지난 2019년에 보물 제2048호로 승격 지정됐다.

조선 중종 때인 1519년에 권벌이 지금의 한수정 부근을 별장 터로 고른 뒤 1534년에 땅을 사들였다.

그의 아들 청암(靑巖) 권동보(權東輔)가 선조 9년인 1576년에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마침내 거연헌(居然軒)이라는 건물을 지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불에 타 사라졌다.

권벌의 손자인 석천(石泉) 권래(權來:1562~1617)가 권벌의 자취를 되살리고 그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선조 41년인 1608년에 새로 지은 정자가 바로 한수정이다.

한수정이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는데 ‘찬물과 같이 맑은 정신으로 정진하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20년쯤 뒤인 1741년에 부분적으로 고쳐 지은 것이 지금의 한수정이다. 

의양리 느티나무는 나무 자체로도 중후하고 청아한 멋을 가지고 있지만, 나무가 있는 한수정의 돌담을 시선과 생각에 함께 넣으면 더욱 멋지게 보인다.

이미 나무가 서 있는 공간을 배려해서 일부러 돌담을 끊어내어 지은 따뜻한 마음이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은 돌담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생(共生)의 정신을 담은 우리 조상들의 멋이다.

의양리 한수정 느티나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옛사람들의 마음과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나무다.

<봉화 의양리 한수정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9-5-4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느티나무
·나이 290년
·나무 높이 15m
·둘레 5.5m
·소재지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134
·위도 36.938723, 경도 128.916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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