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애쉬포드 박사 “나토에 실익 없고, 결국 방위비 부담만 늘어날 것”
“나토 회원국 늘어난다고 해서 좋은 것만 아니다”
미국은 “아시아에 눈을 돌릴 판에 두 국가를 떠맡아야”
푸틴이 취할 비이성적인 행동… 오히려 위험만 가중될 수도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조만간 끝나리라는 전망은 없는채 식량 불안과 에너지 가격을 악화시키고 있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00일을 넘어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의 끈질긴 집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이 예상했던 것보다 전쟁은 더 오래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현재 자국 영토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또한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결과를 낳으면서 유럽의 질서를 변화시키면서 식량 불안과 높은 에너지 가격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럽과 서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전쟁이 빨리 끝난다고 해도 그 충격은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5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00일째를 맞아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의견들 가운데 하나로 “나토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은 국제 문제 분야의 싱크 탱크인 대서양 위원회(The Atlantic Council)의 전략 및 안보를 위한 스코우크로프 전략 및 안보 센터(Scowcroft Center for Strategy and Security)의 선임연구원인 엠마 애쉬포드(Emma Ashford)가 기고한 것이다.

“핀란드와 스웨덴 나토 가입 다시 고려해야”

애쉬포드 박사는 ‘석유, 국가, 그리고 전쟁: 원유국의 대외정책(Oil, the State, and War: The Foreign Policies of Petrostates)의 저자이기도 한다. 다음은 애쉬포드 박사의 글을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전쟁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침공 84일 만인 5월 18일, 스웨덴과 핀란드 대사가 브뤼셀에 있는 NATO 본부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금은 우리가 반드시 (러시아를) 붙잡아야 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은 이어 양국의 대사에게 "여러분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며, 나토에 가입하면 우리의 공통적인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면 환영했다.

엠마 에쉬포드 선임연구원 [사진=Atlantic Council]

푸틴에 한방 갈긴다고 해서 끝나는 것 아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신속하게 승인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나토는 곧 32개 회원국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와 스웨덴을 받아들여 푸틴에게 한방을 갈기려는 시도로 인해 미국과 나토 지도자들은 여기에 드는 커다란 잠재적인 비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북유럽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두 가지 분명한 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상징적인 면에서 이점이 크다.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침략에 대항하는 유럽과 민주적 연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술적인 이점이다. EU회원국이지만 나토 동맹국이 아닌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 나토와 EU회원국을 일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나토 회원국이 아니면 나토의 5조 상호방위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모든 면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문제는 더 복잡하고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전반적인 유럽 방어 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고도로 발전된 경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에릭슨 AB나 노키아 오이지와 같은 챔피언 기업과 기술을 이용해 나토의 기술 능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국가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도 보다 군사적으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냉전 이후까지 징병제도를 유지했고, 대륙 최대의 포병 군대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 핀란드와 스웨덴의 자체 군사력 증강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 특히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군사력이 반드시 달갑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랫동안 자국 영토 방위에 군대를 집중시켜왔는데, 이러한 노력은 공동방위에 기여해야 한다는 나토 헌장의 핵심에 기초한다면 그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유럽의 더 넓은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군사비와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그들은 많은 유럽 국가들이 수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NATO의 목표를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말해주듯이 미국이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로 방향을 틀어야 할 시기에 미국의 국방 부담을 가중시키는 두 개의 국가가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나토가 발트해를 더 잘 통제하고 발트해 연안 중요한 초크 지점에 있는 고틀란트 섬을 미래의 모든 분쟁의 집결지로 사용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유익할 수 있다.

반면 핀란드 영토는 전략적으로 볼 때는 악몽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대표적인 안보문제연구소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연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러시아와 800마일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처럼 동맹관계를 점점 더 다루기 힘든 회원국들로 확대시키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를 넘어 다른 주의할 이유들이 있다.

러시아와 800마일 국경선 공유 핀란드…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지금의 30개국을 관리하는 것보다 32개국을 관리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천재들만 할 수 있는 판단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 나토는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GDP의 2% 군사비 지출 목표를 달성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가 "뇌사(brain death)"를 겪고 있다고 암시해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스웨덴 양국을 받아들이는데 나토 회원국 전체가 만장일치로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터키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물론 나토로부터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시도일 수도 있지만, 쿠르드족에 대한 핀란드와 스웨덴의 지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이루어질 경우 러시아의 고립으로 푸틴이 과민반응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푸틴의 과민반응 어느 정도 고려해야”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 나토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과민반응으로 인한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모스크바는 2008년 그루지야 침공과 2014년 크림 반도 침공 등 나토 확장 가능성을 놓고 세 차례 전쟁을 벌였다.

물론 모스크바가 지금 당장 또 다른 주요 군사작전을 벌일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태어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00마일 이내에 있는 나토에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이 허락되지 않는 한 위험이 더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양국은 오랫동안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해 중립적인 지위와 국내 방어 능력에 의존해 왔다. 그들은 단순히 실행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세력균형주의를 통한 국가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해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만행의 대가로 두 개의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인다는 상징적인 가치는 있다. 그리고 조만간 브뤼셀에서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입 절차를 더 진행하기 전에 정책 입안자들은 전체 전략적 상황과 두 국가의 가입이 과연 나토의 동맹을 강화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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