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탁송 차질...철강업계도 제품 출하 못해 창고 포화
산업계 연쇄피해 계속될 듯...국토부, 화물연대와 11일 3차 교섭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물류 운송 차질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산업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차량 생산뿐만 아니라 탁송 작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철강과 시멘트 등도 직격탄을 입으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울산공장에 있는 완성차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전국의 국내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을 파견했다.

총파업의 여파로 탁송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직원들까지 투입한 것이다.

완성차 업체는 공장에서 차량을 만든 뒤 이를 외부 출고센터 적치장으로 보내는 탁송 작업을 거친다. 공장 내부의 공간을 확보해 새로운 차량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이 작업을 해온 곳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의 협력사 소속 화물 노동자 중 약 70%는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도 '카 캐리어' 운송이 중단되면서 번호판도 발급받지 못한 차량을 직접 적치장(인도·수출을 앞두고 임시로 차량을 보관하는 장소)으로 운송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8일 부품 운송을 거부한 이후 사흘째 생산 차질을 앓고 있다. 생산라인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품이 원활하게 수급되지 않으면서 모든 차종의 생산라인에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이날도 운송 거부 입장을 유지하며 울산공장 명촌정문 등에서 선전전을 이어갔다.

상황이 악화되자 자동차 부품업계도 총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9일 호소문을 통해 "절박한 생존의 상황에 내몰린 부품업계 종사자를 위해서라도 화물연대는 운송 중단을 즉각 철회하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단체행동으로 자동차 부품업체의 공급을 막고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초래하게 하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부산 소재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철강 업계도 파업의 볼모로 잡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화물연대가 파업을 본격화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육송 물량 2만톤(t)의 출하가 중단됐고,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매일 9000t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출하가 늦어진다는 것은 곧 제품 창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멘트 업계에서도 출하 중단에 따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시멘트 재고가 바닥이 나면서 전국 레미콘 공장의 약 60%가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화물연대가 반도체 업계를 겨냥하며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산업계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경제의 핵심 산업의 연결고리를 파고들어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공원 시범 개방 행사에서 "(안전운임제가) 대다수 국민의 물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당사자 간 원만히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 운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3년 일몰제에 따라 오는 12월로 기한이 끝난다.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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