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차량 공유 시장의 천국으로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노약자들의 경우 택시를 탈 엄두를 아예 내지 못하는 곳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이 시장의 압도적 패자는 단연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고 해도 괜찮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하이(上海)시에서도 단연 차량 공유 시장 1위를 달리는 디디추싱의 차량과 운전기사들. 기사들 중 상당수는 대리운전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사진=상하이 원후이바오(文匯報)]

통계만 봐도 현실은 잘 알 수 있다. 우선 시장 점유율을 꼽을 수 있다. 무려 80% 이상을 자랑한다. 한때는 거의 100%에 근접했으나 차오차오추싱(曹操出行) 같은 라이벌의 등장으로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압도적 강자라는 사실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해야 한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시의 수 역시 장난이 아니다. 400여 개에 이른다. 중국의 도시가 600여 개 남짓 하다는 사실에 비춰볼 경우 웬만한 중소도시에까지 영업망을 구축해놓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도 놀랍기만 하다. 2022년 6월 중순 기준으로 3500만 명 전후에 이른다. 연간 이용객이 6억 명을 바라본다는 통계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등록 운전자 수는 더욱 놀랍다.

유럽의 강소국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약간 적은 2400만여 명을 헤아린다. 수년 내에 조만간 이용객 10억 명, 등록 운전자 수가 5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

기업 가치도 경악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최소 6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현재 기록하고 있는 시가총액 115억 달러의 5.21배에 해당한다. 이미 웬만한 데카콘 기업의 6배 가까운 몸집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출범한 디디다처(滴滴打車)를 모체로 하는 디디추싱은 사실 처음에는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2월 알리바바그룹이 투자한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하면서 비로소 중국판 우버로서의 거보를 내디딜 수 있었다. 이듬해 8월에는 중국 우버마저 인수, 합병하면서 독주 체제까지 갖추기 시작했다.

디디추싱이 현재 시장의 압도적 강자로 군림하게 된 이유는 당연히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몸집 불리기라고도 해도 좋을 규모의 경제에 천착한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펑멍룽(馮夢龍) 씨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느 한 기업의 몸집이 크다는 것은 장단점이 다 있다. 하지만 차량 공유 시장에서는 몸집이 작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디디추싱의 경영진들은 처음부터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주위에서 우려할 정도로 인수, 합병에 적극 나서면서 몸집을 키웠다. 결국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압도적 강자의 위치를 지킬 것이라고 본다.”

텅쉰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폭발적 신뢰도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지난 10여 년 동안 디디추싱의 투자 유치 실적이 최소 50억 달러에 이르는 사실이 무엇보다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 중에는 애플이 2016년 5월 투자한 10억 달러도 포함돼 있다. 애플 역시 디디추싱의 미래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사업이 초기의 택시 호출 위주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의 종합세트라 불릴 정도로 진화한 것 역시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이 때문에 현재 디디추싱의 충성 고객들은 다양한 승용차와 승합차 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카풀, 대리운전 등 도로 교통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말할 것도 없이 디디추싱에게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존재한다. 비견될 만한 라이벌이 아예 보이지 않는 현실이 말해주듯 독점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당국의 시각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당국으로부터 탈탈 털릴 정도의 조사를 최근까지 받은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아차 잘못할 경우 과거 마이크로스포트가 미국에서 당한 것과 같은 기업 분할의 명령을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진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인수, 합병으로 실현한 규모의 경제 전략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디디추싱은 여성 고객들의 안전사고 위험을 늘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여성 고객이 기사에게 살해를 당했을 때 항의를 하기 위해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상디(上地)에 소재한 디디의 본사 앞에 모여 항의를 벌이는 고객들.[사진=신징바오(新京報)]

여성 고객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역시 디디추싱에게는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차량 운전기사들에게 봉변을 당한 여성들의 케이스가 전국 곳곳에서 다수 보고되고 있는 사실은 이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준다.

“솔직히 디디추싱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 택시를 타는 것보다 더 겁이 난다. 일반 택시의 운전기사들은 검증된 반면 디디추싱의 운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5월과 8월에 여성 2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라는 베이징 여성 천전민(陳眞敏)의 말은 그래서 나름 논리적으로 들린다.

그럼에도 디디추싱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국을 완전 제패한 후 글로벌 시장에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브라질의 차량 공유 시장 1위 업체 ‘99’를 인수, 진출한 남미 시장을 더욱 확실하게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피력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멕시코와 호주에도 지사를 개설한 것 역시 마찬가지 행보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 소프트뱅크와 합자회사를 설립, 일본의 온라인 택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것까지 더할 경우 디디추싱의 기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만간 대만에서 택시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굳이 더 거론할 필요도 없다.

최근 전기차 시장 진출을 노리고 궈지(國機)자동차 산하 EV(전기자동차) 기업의 지분 30%를 인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행보도 주목을 요한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성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니 성공 문턱에 왔다고 해도 좋다.

만약 진짜 성공할 경우 디디추싱은 완성차 업체까지 보유하는 극강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명실상부한 중국판 우버로서의 위상을 확실하게 굳힐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 디디추싱의 기업 가치가 1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로 보면 그다지 과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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