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년 만에 적자...재정·경상 '쌍둥이 적자' 위기감
재정수지도 3월까지 적자...무역수지도 2개월 연속 적자
화물연대 파업, 갈 길 바쁜 한국 경제 발목 잡는 일 없어야

10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 위기에 처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수지·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 현실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미국 발 긴축,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원자잿값 폭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내려 잡았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4.8%로 2.7%p 올렸다. 대외 악재로 국내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20년 4월 40억2000만달러 적자 이후 2년 만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20억달러 감소한 영향이 결정적이다. 원자잿값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4월에 집중된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도 경상수지를 끌어내리는 데 한 몫 했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38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계절적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5월 흑자전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당소득수지와 본원소득수지 적자폭은 1년 전보다 각각 13억4000만달러, 6억7000만달러 축소됐다. 수출입 상황의 지표가 되는 상품수지가 경상수지를 끌어내린 것이다. 

무역수지도 4~5월 2개월 연속 적자다. 원자잿값 급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환시장도 무역수지 악화가 원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식용유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식용유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연합뉴스]

나라살림도 그리 녹록치 않다. 추경 등에 따른 정부지출이 커지면서 통합재정수지는 3월까지 33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간한 '6월 경제동향'에서 올해 한국 경제를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5월의 '완만한 경기회복세'와는 결이 다른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잿값 급등으로 불확실성 확대·하방위험 확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6% 올랐다고 밝혔다. 월가의 예상치(8.3%)보다 높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다. 7월 0.25%p 인상에 이어 9월에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2.9%로 내리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상태다.

한국 경제는 대외 변수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다. 물가인상 속도가 전에 없이 빨라지고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변수도 만만치 않다. 재정지출은 많아지고, 물가 인상 여파로 서민경제는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내외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은 산업계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멈추게 하겠다'며 일주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유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와 기름값(유가) 대책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 측과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쟁점 사안인 안전운임제 유지를 놓고 큰 의견 차이를 보이며 12일 현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산업현장은 심각한 생산·공급·운송 차질을 빚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폐지, 전차종·전품목 확대 및 유가대책 등 2차 교섭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2차 교섭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 '적자', '성장률'... 현재의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굵직한 키워드다. 새 정부도 지금의 경제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내외적 안정이 급선무다. 하지만 어느 일방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 보편적 사회 질서다. 새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법대로'도 결코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화물연대 파업이 갈 길 바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막힌 물류가 뚫려 산업현장이 활기를 되찾고,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고, 수출길이 넓어지고, 성장률이 회복됐다는 낭보를 모두가 기다린다.

"농약도 살 겸, 동창도 만날 겸 1년 만에 서울에 올라와 광장시장을 가봤는데, 토요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대던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던데요. 빨리 경제가 안정돼 상인도, 국민들도, 나라살림에도 주름살이 펴져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11일 경북 문경에서 올라온 손병호(64)씨와의 통화 내용 중 일부다. 평범한 농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전직 교사의 소박한 바람이자 모두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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